평강의 하루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들
평강의 하루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들
초대 안디옥 교회 부흥의 중심에 있던 바나바는 교회와 공동체를 위해 아낌없이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 교회는 이러한 바나바와 같은 헌신 위에 세워진다. 주일 이른 새벽부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이들의 모습이야말로 마치 바나바를 보는 것만 같다. 누군가는 강단에서, 예배당 뒤에서, 식당에서, 그리고 또 누군가는 주차장에서 교회를 지킨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그렇게 교회는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는 게 기쁨과 설렘으로 바뀌었습니다’
교회 나오는 게 신이 납니다. 지금껏 세상 일을 너무 열심히 했습니다. 남들로부터 인정받을 만큼 여러 모임의 총무직, 봉사단장으로 열심히 했죠. 그러다 시기, 질투, 배신 같은 걸 마주하게 되며 깨달았습니다. ‘하나님 일을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하늘의 상도 받고, 하나님은 절대 배신하지 않으셨을 텐데.’ 그래서 어느 순간 아무 미련 없이 모두 내려놓고 ‘하나님 제가 졌습니다.’ 두 손을 번쩍 들고 ‘하나님의 일을 할게요’ 하며 기도했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1부 예배 글로리아 성가대를 아멘으로 순종했더니 주일 새벽에 일어나는 게 룰루랄라 너무 신이 나고, 예전에 원로목사님께서 “교회 나오는 게 즐거워야 한다.”라며 몸으로 흥을 내시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주일 그 이른 시간에 일어난다는 것은 정말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바로 거절했을 텐데 그게 기쁨과 설렘으로 바뀔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깨우신 목적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하니 예비하신 축복이 기대되더라고요. 마음가짐부터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세상 스케줄에 신경을 많이 썼고 세상 단체 모임에 먼저 열심을 내었다면, 지금은 교회 일이 1순위가 되었습니다. 주위에서 얼굴이 폈다고 하시는데, 마음이 바뀌면 얼굴도 바뀌나 봅니다.
“묵묵하게 봉사하며 은혜받고 싶습니다”
2026년 1월 첫 번째 주일에 처음으로 1부 글로리아 성가대에서 찬양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 11분 지하철을 타고 오류동역에 내려 어둠을 헤치고 가려니 한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매 주일 5~6번씩 차량 봉사를 해 주시는 권사님 덕분에 편하게 성전에 도착했습니다. ‘숨어 있는 봉사자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며 은혜를 먼저 받았습니다. 권사님들의 기도와 헌신으로 쌓인 터 위에 저희는 그냥 서 있는 작은 점 하나였습니다. 내세울 거라고는 50대라는 숫자였습니다. 하나님은 저희보다 먼저 아시고 미리 계획하고, 앞서 일하시는 분이셨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보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먼저 소리 없이 봉사하시는 분들이 정말 너무 많았습니다. 그 모습들에 저희가 더 은혜받았고, 그 모습들을 본받아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봉사하며 은혜받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휘자님의 열정과 권사님들의 하모니를 들으며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최고의 은혜를 맛보는 자리입니다. 여러분, 이 자리 탐나지 않으세요?
‘감사가 끓는 주방, 33년이 수일같이 지나갔어요’
에담 식당은 주로 교회 손님을 접대하는 곳이었어요. 프랑스 요리부터 이탈리아 요리, 중국 음식까지 하며 훈련받았습니다. 달팽이, 푸아그라, 거위간, 샥스핀, 다 다뤄 봤어요. 저는 원래 요리와 전혀 무관한 사람이었어요. 그러다 원로목사님께서 명하셔서 베들레헴 식당에서 봉사하고, 에담이 생기면서 에담 원조 팀의 한 명이 된 거죠. 힘든지도 몰랐어요. 에담에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해서. 하나님께서 늘 지켜보고 계신다고 생각하니, 겨울이 되면 식당 앞에 눈 쓸고, 깨끗하게 청소하고 하는 게 전혀 힘들지 않았죠. 야곱이 라헬을 사모하여 7년을 수일같이 지냈다고 하는데, 딱 그 느낌이었습니다.
오류동으로 교회가 이전할 때부터 섬기다가 이번에 33년 교직원 생활을 마치게 되어 감사헌금도 드렸습니다. 33년의 세월이 녹아 있던 자리의 흔적들을 싹 정리하면서 시원섭섭한 것보다 다시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 일하다 보면 좋게 말하면 주인 의식, 나쁘게 말하면 자기 생각이 생겨나고, 자기 법이 생기게 마련인데, 그건 정말 진짜 아니잖아요. 이제는 다 청산할 때가 와서 돌이켜 보니까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 모자람이 느껴지고, ‘아, 내 인간적인 생각이 많았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70줄에 들어 정리해 주셔서 착잡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 오히려 참으로 감사하게 되더라고요. 하나님이 저를 너무 잘 아신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셨어요. 봉사하면서 부엌에서 예배드려야 했는데, 이제는 모리아 성전에서 예배드릴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제는 예배 중심, 말씀 중심의 삶을 살라고 하시는 것 같아요. 모리아는 이삭을 바친 데잖아요, 앞으로 나는 무엇을 바쳐야 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봉사가 전수되는 교회를 꿈꾼다’
원로목사님께서 외부 손님이 오시면 엘림 식당을 가리키시면서 “여기는 다 봉사자들이 일합니다.” 하시면 손님들이 다 놀라요. 성도들이 직접 봉사에 참여하고 웃음 가득한 얼굴에 은혜받는다고 해요. 저는 그게 꼭 전수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함께 봉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원로목사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지켜졌으면 좋겠고, “네가 내 일을 해 주면, 내가 네 일을 해 줄게.” 하신 말씀의 은혜를 체험할 수 있으면 해요.
엘림 식당은 주일 외에도 중고등부 동계 수련회부터 각종 기관들의 식사까지 식사 요청이 끊이지 않아요. 정말 쉴 새 없이 일하죠. 버거울 만도 한데 우리 베들레헴, 엘림 팀은 항상 훈훈해요. 힘들 때는 노래를 틀고 춤도 추고 재밌는 얘기도 나누면서 신앙의 교제를 나누거든요(웃음). 봉사자 나이대가 30대 후반부터 80대까지 있지만, 모두 어우러져서 즐겁게 지내요. 출장 나가면 안 데리고 갈까 봐 먼저 손 들 때도 있어요. “이번에는 그냥 쉬어라.” 해야 할 정도예요(웃음). 교회에 온 지 30년이 되었는데, PCA, 선교원, 마르다, 엘림 등 교회 있는 식당들은 모두 돌아보게 하셨어요. 그러다 주방을 책임지고 사람을 관리하는 일을 맡기신 거죠. 음식을 하는 건 제 전문 분야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음식을 해내기 위해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어떻게 하면 맛있게 해 줄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했어요.
작년에 싱가포르 <텅링 신학교>에서 졸업 여행을 <청평 연수원>으로 왔어요. 식사 준비 요청을 받아서 가게 되었는데, 그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많은 은혜를 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정성스러운 음식 대접이 큰 은혜로 와닿았다고 해요. 신학생들이 우리를 위해서 축복 기도도 해 주고, 1주일 동안 지내며 나를 ‘맘’(엄마)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밥 해줘서. 헤어질 때는 덩치 큰 남자도 눈물을 글썽이면서 아쉬워했어요. “이 음식 먹고,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하는 말들에 저희가 더 큰 위로를 받았어요. 앞으로도 음식을 통해서 성도님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싶어요.
“권사님은 바로 이걸 하려고 태어났어요”
14~15년 전에 식당 일을 처음 맡게 되었어요. 봉사하다 보면 “맛있게 먹었다, 감사하다.” 하고 인사하고 가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럴 때마다 보람을 느끼죠. 이번 신년 축복 성회 때도 형제 교회 성도님들이 오셔서 “식당 일이 정말 어려운데, 지금까지 안 그만두시고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하시더라고요. 그런 말 한마디가 마음에 오래 남아요. 본교회에는 말없이 어깨를 토닥여 주는 분들도 있고, 수고한다면서 붕어빵이나 짜장면을 사다 주시는 분들도 계시죠. 그런 사소한 마음들이 생각보다 큰 힘이 돼요. 여기서 봉사하는 사람들은 다 비슷해요. 누구 하나 짜증 내는 사람 없이, 묵묵히 돕고 있죠. 우리 마르다에는 ‘까순이’로 불리는 80살 넘은 성도님 네 분이 매주 수요일에 오셔서 식재료를 씻고, 다듬는 것을 맡아 주시는데, 이분들 없으면 안 돌아가요. 다들 은혜로 섬기는 거죠.
식당 봉사하며 여러 번의 고비가 찾아왔었어요. 그만두려고 했던 적도 있었는데, 언젠가 교직원 다 있는 앞에서 원로목사님이 “서복희 권사님은 바로 이걸 하려고 태어났어요.” 하시는 거예요. 그 말씀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어요. 물론 그럼에도 너무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던 때도 많았죠. “정말 더는 못 하겠어요.” 하고 마르다를 뛰쳐나와 에담 식당 앞을 지나는데, 그럴 때마다 또 희한하게 교역자님들을 마주치게 되더라고요. 약속한 것도 아닌데, 놀라울 정도로 매번 딱딱 마주치면서, 마음을 새롭게 하게 되고, 그렇게 이어 나갈 힘을 주신 거라 생각해요. 우리 마르다는 육수를 끓일 때 코인 육수는 일절 사용하지 않아요.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육수를 직접 내죠. 음식에 어마어마한 정성이 들어간다는 걸 성도님들께서 알아주시고 맛있게 드셔 주신다면 정말 힘이 될 거예요.
김동현, 윤루디아 기자
- 26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