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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오쿠스 4세 에피파네스의 박해와 마카비 혁명1)

2026.02.03 11:13

안티오쿠스 4세 에피파네스의
박해와 마카비 혁명1)

페르시아 제국의 통치 아래 유대인들은 상당한 종교적 자율성을 누렸다. 이는 페르시아가 피지배 민족에게 각 민족의 고유한 관습과 율법을 존중하는 관용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호 속에서 유대 공동체는 율법을 중심으로 고유한 신앙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으로 페르시아 시대가 막을 내리고 헬레니즘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황은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헬레니즘의 광범위한 영향력은 초기에는 점진적인 문화 변용의 형태로 나타났지만, 안티오쿠스 4세 에피파네스(Epiphanes)2)의 등장과 함께 유대교는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게 된다. 안티오쿠스 4세 에피파네스 시대의 박해와 그에 맞선 마카비 전쟁은 유대교가 신약 시대에 이르기까지 어떤 정체성과 종교적 전통을 형성해 왔는지를 보여 주는 중요한 사건이다. 이 시기 유대인들은 신앙의 핵심이라 할 성전과 율법이 훼손·파괴되는 위기에 직면했으며, 이 위기 속에서 전개된 저항 운동은 후대 유대교는 물론 신약성경 시대의 종교적 분위기에도 깊은 영향을 남겼다.


안티오쿠스 4세 에피파네스의 급진적 헬레니즘 정책

셀류쿠스 왕조의 안티오쿠스 4세의 통치는, 이전까지 이어져 왔던 문화적 압력을 넘어 유대교의 핵심 가치와 율법을 정면으로 공격한 역사적 분기점이었다. 그의 급진적인 헬레니즘 정책은 유대교 신앙의 근간을 흔들었고, 이는 결국 피할 수 없는 무력 충돌의 도화선이 되었다. 안티오쿠스 4세는 제국의 통일성과 왕권 강화를 위해 유대를 강압적으로 헬라화하려 했으며, 안식일 준수와 할례, 율법서 소지 등을 금지했다. 더 나아가 예루살렘 성전에 제우스 제단을 설치하는 등 유대교의 정체성을 뿌리부터 흔드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억압이 아니라 유대 신앙 자체를 해체하려는 시도에 가까웠다. 안티오쿠스 4세는 유대 사회를 헬레니즘화하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예루살렘에 짐나시움(Gymnasion) 체육 시설을 세웠다. 그 당시 소년들이 이곳에서 나체로 훈련을 받았는데 이것이 성적으로 문란한 환경을 조성했고, 그리스인들은 유대인의 할례를 조롱하였다. 그 결과 일부 유대인들은 할례를 수치로 여기게 되었으며, 심지어 수술을 통해 할례의 흔적을 없애려 시도하기도 했다.

기원전 167년, 안티오쿠스 4세는 예루살렘 성전을 더럽히는 조치를 단행했다. 그는 성전 안에 제우스 신상을 세우고 그 숭배를 강요함으로써, 유대 신앙의 중심을 직접적으로 모욕하고 파괴하려 했다. 더 나아가 부정한 짐승으로 여겨졌던 돼지를 희생 제물로 바치게 하여 성전 예배 자체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 그 결과 이제 예루살렘 성전은 여호와의 이름이 불려지든, 바알이나 제우스의 이름이 불려지든 상관없는 장소로 전락한 듯 보였다. 또한 기원전 169년에는 전쟁으로 바닥난 국고를 충당하기 위해 예루살렘 성전을 약탈하고, 성전의 값비싼 기물들 – 번제단과 일곱 촛대 등 – 을 안디옥으로 가져갔다.

정세를 더욱 악화시킨 결정적 계기 가운데 하나는 주전 171년 메넬라우스가 대제사장직에 오른 사건이었다. 그는 사독 가문의 정통적 혈통이나 절차를 통해 세워진 대제사장이 아니라, 안티오쿠스 4세가 뇌물을 받고 임명한 인물이었다. 유대인들에게 이는 성전과 율법 질서가 훼손된 중대한 사건이었다. 특히 대제사장직마저 매매 가능한 대상이 된 현실에 크게 분노하였고 그 반발은 곳곳에서 확산되었다.


마카비 혁명

이때 모데인(Modiin)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돌발적 사건이 봉기의 불씨가 되었다. 기원전 167년, 모데인 지역의 제사장 맛다디아는 이방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도록 강요하던 셀류쿠스 측 감독관과 그 명령에 따르려던 한 유대인을 살해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봉기가 시작됐다. 사건 직후 맛다디아는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유대 광야로 몸을 피했다. 그때 신앙적 열정으로 투쟁 의지가 강했던 하시딤(경건한 사람들)이 그에게 합류하기 시작했고, 동조자들도 점차 늘어났다. 이렇게 형성된 무리는 셀류쿠스 왕조에 맞서 광야를 근거지로 게릴라전을 전개하며 저항을 확대해 나갔다. 기원전 164년 맛다디아가 죽자, 그의 셋째 아들 유다 마카비가 지휘권을 이어받았다. 유다 마카비가 이끄는 반란군이 같은 해 엠마오 전투에서 셀류쿠스 왕조의 진압군을 격파했고, 곧바로 예루살렘으로 진격했다. 그리고 성전에 신상이 세워진 지 3년 만인 12월 25일, 성전을 정결하게 하여 예배를 회복하고 하나님께 드리는 희생 제사를 다시 시작했다. 이날을 기념하는 유대인의 절기가 수전절(하누카(הָּכֻנֲח), 봉헌)이며, 오늘날까지도 12월 25일부터 8일 동안 빛의 축제가 거행된다(참고 – 요 10:22-23). 이후 마카비 가문의 지도자들은 시리아의 혼란을 틈타 점차 정치적 독립까지 확대했고, 마침내 하스몬(또는 하스모니안, Hasmonean) 왕조가 세워졌다. 그러나 하스몬 왕조는 제국의 속주 형태로서의 제한적 자치를 누린 왕조였고, 무엇보다 대제사장직과 왕권이 결합·정치화되면서 유대교 내부의 종교·정치적 균열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사독 계열의 제사장들이 광야로 떠나 별도의 공동체를 이루었는데, 이들이 흔히 ‘에세네파(쿰란 공동체)’로 이해된다.

이 전쟁의 의미는 정치적 독립에만 머물지 않았다. 유대인들은 이 과정을 통해 성전, 율법, 거룩성에 대한 결의를 더욱 강하게 다졌고 이는 신약 시대 바리새파, 사두개파, 에세네파(쿰란 공동체), 혁명당원(셀롯) 등 여러 종파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더불어 메시아에 대한 기대 역시 한층 강화되었다. 이 전쟁은 유대교의 정체성을 지켜냈을 뿐 아니라, 신약 시대의 신학적·문화적 배경을 형성하는 토대가 되었다.

조바울 기자

<참고 문헌>

1) 해당 내용에 대한 구속사적 관점의 통찰과 이해를 위해 박윤식,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 속에 담긴 영원한 언약의 약속』, (서울: 휘선, 2010), 482-493.과 박윤식, 『하나님의 구속사적 경륜으로 본 대제사장의 족보 맹세 언약의 영원한 대제사장』, (서울: 휘선, 2011), 289-303.를 참고.

2) ‘에피파네스(Epiphanes)’는 헬라어 ἐπιφανής(현현한, 드러난, 빛나는)로 ‘신이 나타난, 신의 현현’이라는 뜻을 가진다. 이는 안티오쿠스 4세가 스스로를 높이기 위해 붙인 칭호이다.

  • 2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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