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족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 이집트 사람들 이야기
“본래 족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이집트 사람들 이야기
이렇게까지?
‘성경 족보 강의’가 이렇게까지 환영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창세기 족보를 명확하게 설명해 준 강의는 처음”이라며 “너무 좋았다.”라고들 입을 모았다. 족보가 단순한 이름의 나열이 아니라 그 안에 하나님의 깊은 경륜이 담겨 있음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창세기 속 인물들의 수명과 동시대를 산 기간을 계산하며 각 세대를 통해 하나님께서 얼마나 간섭하고 역사하셨는지를 보면서 놀라워했다. 성경에서 족보를 이렇게 이해하도록 설명해 준 <구속사 시리즈>에 거듭, 연신 감사를 표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들은 이름 자체가 그야말로 족보라는 것! 저마다가 ‘본인 이름+아버지 이름+할아버지 이름’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름을 통해 정체성을 느끼고 살아간다고 했다. 자기 집안의 족보를 7대까지 외우는 것은 기본이라고 하니 성경의 족보 강의에 이렇게 환호한 것, 다 이유가 있었다.
‘영생을 추구하는 마음’
이 사람들, 그러고 보니 영생을 사모하는 마음이 민족성 가운데 들어 있다. 그 증거로 대표되는 것이 미이라와 피라미드. “built for eternity(영생을 위해 건축되었다)”, 피라미드 유적지 입구에 이렇게 써 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다시 누리게 된다는 소망이 이들의 삶 속에 깊이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것이다.
이번 세미나 장소는 수도 카이로에서 3~4시간 차로 달려 주변이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있는 기독교 수련장. 대중교통편이 없으니, 말씀을 집회 기간 동안 꼼짝없이 들어야 된다. 멀리 소핵(Sohag)에서 오시는 분들은 7시간 기차를 타고 카이로에서 다시 차를 대절하여 3~4시간을 와야 한다. 도중에 열차 사고가 났다는 소식에 포기하고 그냥 돌아가지나 않을까 조바심에 기도했다. 각 지역에서 모이는 게 쉽지 않다. 감사하게도 100여 명의 현지 목회자, 젊은 신학생, 교회 사역자들이 말씀 잔치에 몰려왔다. 마지막 시간까지 기쁨과 은혜가 충만하여 세미나 일정을 마쳤다. 할렐루야!!
성경의 땅을 밟다
출발 전부터 성경의 땅을 밟는다는 기대로 마음이 설레었다. 아브라함과 사라가 흉년 때에 애굽에 내려갔고, 횃불 언약을 성취하는 과정에서 요셉과 야곱의 가족이 이 땅에 거주했다. 출애굽의 위대한 사건이 펼쳐진 구속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또한 예수님도 탄생 후 애굽으로 피신해 ‘애굽에서 내 아들을 불렀다’(호 11:1)라는 성경 구절을 성취시켰다.
한편 걱정이 된 것은 애굽이 성경에서 부정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함의 자손으로 타락한 세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나라로서 우상 숭배의 중심지이다. 애굽왕 바로는 선민 이스라엘을 괴롭히는 악행을 저질렀다. 구속사를 강의하다 보면 이런 내용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을 텐데, 듣기 거북해 할까 고민도 되었다. 막상 보니,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들은 하나님께서 애굽을 ‘나의 백성’으로 부르시고 복을 주시고 회복케 해주신다는 언약의 말씀을 굳게 붙잡고 있었다(사 19:19-25).
이사야 19:19 그 날에 애굽 땅 중앙에는 여호와를 위하여 제단이 있겠고 그 변경에는 여호와를 위하여 기둥이 있을 것이요
이사야 19:21-22 여호와께서 자기를 애굽에 알게 하시리니 그 날에 애굽인이 여호와를 알고 제물과 예물을 그에게 드리고 경배할 것이요 여호와께 서원하고 그대로 행하리라 여호와께서 애굽을 치실 것이라도 치시고는 고치실 것인고로 그들이 여호와께로 돌아올 것이라 여호와께서 그 간구함을 들으시고 그를 고쳐 주시리라
이사야 19:25 이는 만군의 여호와께서 복을 주어 가라사대 나의 백성 애굽이여, 나의 손으로 지은 앗수르여, 나의 산업 이스라엘이여, 복이 있을지어다 하실 것임이니라
여전히 ‘고센 땅’에 거주하는 선민들
이집트의 공식 명칭은 ‘이집트 아랍 공화국’. 무슬림이 90%인 이슬람 국가이다.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신분증에 종교를 표시한다.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 중에 하나가 적혀 있다. 타종교에서 이슬람교로의 전환은 환영받겠으나, 다른 경우는 꿈도 꿀 수 없는 일. 8~10%를 이루고 있는 콥틱 기독교인이 겨우 기독교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당연히 차별과 불이익이 있다.
인상적인 것은, 카이로에는 ‘콥틱 기독인’들이 집단으로 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른바 ‘쓰레기 마을’이라 하는 곳이다. 카이로 전역의 쓰레기를 마을로 가져와 분리수거하고 재활용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천하게 여기는 일을 하며 더럽고 냄새나는 환경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은, 신앙을 지키고 전수하고자 하는 뜻에서였다. 애굽에 이주한 야곱의 가족이 고센 땅에 머물며 애굽인들이 경멸히 여기는 목축업을 하며 자연스럽게 분리된 생활을 한 것이 떠올랐다.
다만 주말이 금요일, 토요일이어서 관공서와 은행, 학교, 직장들이 금요일, 토요일에는 문을 닫고 일요일에는 평일처럼 일상으로 복귀한다. 그러니 일요일을 주일로 지키기가 어렵다.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 종살이 기간에 안식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예수님의 족보에서 빠졌다는 사실이 오버랩된다. 당시 애굽은 7일 단위가 아닌 10일 단위의 생활 주기로 안식일을 잊고 살았다. 하나님의 시간표가 아니라 세상의 시간표대로 살며 신앙을 지켜나가기 쉽지 않겠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우리를 가장 안타깝게 한 것은 세미나를 더 열어 달라는 부탁을 다 수용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세미나 내내 “이렇게 좋은 구속사 공부를 한 번만 할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해 달라.”라는 요청이 강력했다. 이집트가 워낙 크고 먼 지역에서 오는 어려움을 감안할 때 북쪽으로 알렉산드리아, 남쪽으로 아스완, 소핵 등 큰 도시에서도 개최해 주기를 간절히 원했다. 안타까울 뿐이었다. 열방을 향해 문을 열어 주고 계시니, ‘원하는 자는 값없이 생명수를 받으라’(계 22:17)는 말씀처럼 이 말씀을 사모하는 곳 어디든 달려가야 할 텐데! 기도할 뿐이다.
카이로(이집트) 정유진 선교사
- 25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