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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다 요새 이야기

2025.08.15 11:13

마사다 요새 이야기

 

 

이스라엘 남동쪽 사해 부근에 거대한 한 바위산이 있다. 이름은 ‘마사다(מְצָדָה)’. 히브리어로 ‘요새’라는 뜻이다. 마사다의 해발은 50m 정도이지만 지구상에서 해수면의 높이보다 400m 낮은 지형인 아라바 계곡에 위치하기에 총 높이는 450m이다. 사방이 경사가 가파르고 절벽으로 되어 있어 오르기 매우 어렵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좁은 길 하나뿐. 그러나 일단 정상에 오르면 남북 길이 600m(평균 120m), 너비 250m인 넓은 평지가 펼쳐진다.

일반적으로 고지대에 위치한 요새들은 지키기는 좋아도 사방이 포위돼 식수, 식량 공급이 차단되면 버티기 힘들어 항복을 하거나 최후의 역공에 나서기 마련이다. 그러나 마사다는 장기전에도 유리한 요새였다. 주변 대부분의 지형이 석회로 이루어져 있어 빗물이 땅에 흡수되지 않고 고이는 특징을 갖고 있기에 빗물이 흘려내려 가는 지점을 막아 물 저장고로 만들어 우기마다 수만 리터의 물을 저장할 수 있었다. 몇 년을 먹을 만한 양의 포도주, 기름, 곡물, 과일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식량고를 갖췄는데, 중동의 특이한 기후 특성과 창고의 설계가 맞물려 저장 기간이 100년도 문제 없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심지어 마사다 정상에서는 밭도 일굴 수 있었다. 그랬기에 적들이 수년을 포위당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천혜(天惠)의,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였다.

주전 63년부터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던 유대는 주후 66년 마침내 반란을 일으켰다. 이른바 ‘제1차 유대-로마 전쟁’은 처음에는 유대 반란군에게 유리하게 진행되었으나 주후 70년 디도(Titus) 장군에 의해 예루살렘이 함락되며 전세는 급격히 무너졌다. 열심당원들을 중심으로 한 저항 세력들이 유대 땅 곳곳에 있는 요새에서 저항했지만 로마군은 신속하게 함락해 나갔고, 마지막으로 남은 곳이 마사다 요새였다. 

마사다 요새는 주후 66년 유대 반란이 일어남과 동시에 열심당원이 차지하고 여자와 아이들을 포함한 1,000여 명의 유대인들이 살고 있었다. 로마 제국의 입장에서는 유대 반란은 사실상 이미 제압된 것이므로 굳이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반란에 대한 철저한 진압을 본보기로 보일 필요가 있었다. 그리하여 플라비우스 실바(Flavius Silva) 장군은 로마 10군단과 보조군을 이끌고 주후 73년 마사다를 포위하였다.

로마군의 마사다 공략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마사다가 위치한 유대 광야는 밤낮으로 무더위와 혹한이 공존하는 극한 환경에 식량, 식수 등 각종 보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부대를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2년이 이어졌고, 플라비우스 장군은 고심 끝에 간단하지만 무모한 작전을 시행했다. 마사다 요새 서쪽에 토산(土山)을 쌓아 공성 병기를 배치하여 공격을 가하고, 그러면서 마사다 정상에 이르기까지 흙과 나무를 차근차근 쌓아 경사로를 만들어 공성병기를 전진시키는 방법이었다.

주후 74년 토산과 경사로가 완성되자, 로마군은 본격적으로 공성 병기를 동원해 공격을 시작했다. 마사다에서도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성벽 뒤에 또 다른 성벽을 쌓으며 방어를 강화했다. 플라비우스 장군은 마사다를 함락하려면 성벽 뒤에 세워진 2차 성벽도 무너뜨려야 한다고 보고 이를 불태우라고 명령했다. 자칫 불길이 로마군까지 휘말리게 되는 다소 위험한 작전이었지만 로마군은 2차 성벽에 불을 붙였고, 한 발 뒤로 물러나서 성벽이 불길에 무너지는 것을 기다리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2차 성벽까지 무너지자 마사다의 유대인들은 곧 로마군이 몰려들어 자신들은 도륙당하게 될 것이고, 살아서 포로가 되더라도 십자가형을 당하는 등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이들은 로마에게 이런 식으로 승리를 안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마사다의 지도자 ‘엘르아살 벤 야일(Eleazar Ben Yair)’은 그날 밤 모든 동지들을 모아놓고 다음과 같이 마지막 연설을 했다. “형제들이여, 이제 날이 밝으면 우리의 저항도 끝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분명한 행동으로 우리의 신앙을 입증할 때가 되었다. 우리에게 아직 자유가 있을 때, 우리 스스로 명예로운 죽음을 맞자. 우리의 아내들이 저들에게 욕보임을 당하지 않은 채로 죽음을 맞게 하자. 우리의 자녀들이 노예가 무엇인지 모르는 채로 죽음에 이르도록 하자.”

남자들은 집으로 돌아가 처자식과 이별의 포옹과 키스를 나눈 뒤, 가족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 자살을 금지하는 율법 규정을 지키기 위해 서였다. 남자들만 남게 되었을 때 나머지를 죽일 10명을 제비 뽑았고, 이어 남은 10명 중 9명을 죽일 한 사람을 제비 뽑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한 사람만이 율법에 반해 칼에 엎드려 자결했다.

다음날 아침 로마군이 쳐들어갔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크게 놀랐다. 미리 몸을 숨겼던 여자 2명과 아이 5명만 빼고, 유대인 생존자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후 66년부터 일어난 유대 반란은 이날 완전히 무너졌지만 로마군이 취할 승리의 영광은 없었다.

오늘날 마사다는 로마 제국에 결코 무릎을 꿇지 않았던 그 정신을 기리는 장소가 되었다. 이스라엘 각 군 사관학교 생도들은 반드시 ‘마사다’를 찾아가 참배를 하면서, 아픈 역사를 기억하여 애국심을 고취시킨다. 특히 이스라엘의 국방부장관을 지냈던 모셰 다얀(Moshe Dayan)은 마사다를 이스라엘 국방의 상징으로 보고, 신병 훈련의 마지막 코스로 마사다를 오르게 하여, “마사다는 두 번 다시 함락되지 않는다(Masada shall not fall again)!”라고 맹세하는 의식을 하게 했다. 

 

 

글_백은석 전도사

 

<참고문헌>
마틴 J. 도헤티 외 3명, 성경 속의 전쟁들, 포이에마(2012), p.242~253
문정일 장로, [신앙산책] 유대인의 “마사다 항쟁”,
한국장로신문, 2023. 3. 14.

 

  • 2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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