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의 향기
성경에서 가장 봄과 적합한 책을 뽑자면 아마도 아가서가 아닐까 싶다. 아가서는 신랑인 솔로몬과 신부인 술람미 여인의 사랑을 노래하는 시로, 한글 개역성경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히브리어 문법을 고려하면 솔로몬의 노래와 술람미 여인의 노래, 여인들의 합창이 함께 어우러지는 한 편의 뮤지컬과도 같다. 세상의 수많은 사랑 노래와 아가서의 노래가 가진 본질적인 차이점은, 아가서는 그 속에 하나님의 구속 경륜을 압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랑 솔로몬은 구속사적으로 그리스도의 예표이며(마 12:42, 눅 11:31, 24:27), ‘술람미’는 ‘솔로몬’의 여성형으로서 창조 시 ‘남자’(히브리어 ‘이쉬’)와 ‘여자(히브리어 ‘이샤’)와 같은 하나밖에 없는 짝이다(창 2:23, 아 6:13-14). 그래서 아가서에서는 신부의 벗은 몸을 노래하지만, 부끄러움이나 수치가 없다. 이는 솔로몬과 술람미의 사랑 이야기는 죄악의 그림자조차 없는 창조 본연의 가장 순수한 사랑 이야기이자, 교회와 그리스도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다(엡 5:32).
신부의 아름다움(아 4:10-12)
그래서 신랑은 신부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나의 누이, 나의 신부야 네 사랑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네 사랑은 포도주에 지나고 네 기름의 향기는 각양 향품보다 승하구나 11 내 신부야 네 입술에서는 꿀 방울이 떨어지고 네 혀 밑에는 꿀과 젖이 있고 네 의복의 향기는 레바논의 향기 같구나”라고 노래한다(아 4:10-11). 신랑에게 있어서 신부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신부가 풍기는 향기와 그 입술에서 나오는 지혜로운 말씀이다(시 19:10, 119:103). 또한 이 신부는 육신적으로도 오직 신랑에게만 속한 순결한 신부로서(아 4:12), 신앙의 정절이 있는 여인이기도 하다(롬 13:14, 딤전 2:15, 계 14:4).
신부의 향기(아 4:13-14)
신랑은 아가 4:13-14에서 “네게서 나는 것은 ①석류나무와 ②각종 아름다운 과수와 ③고벨화와 ④나도초와 ⑤나도와 ⑥번홍화와 ⑦창포와 ⑧계수와 각종 유향목과 ⑨몰약과 ⑩침향과 모든 귀한 향품이요”라며 신부의 열 가지 향기를 노래한다.
(1) 열매 맺는 나무
① 석류나무
석류나무는 이스라엘 민족을 상징하는 나무이다. 석류는 붉은 열매 안에 수백 개의 씨앗이 매우 많이 들어 있어서 ‘풍성, 다산, 축복’의 상징이었다(삼상 14:2, 욜 1:12, 학 2:19). 대제사장의 옷에도 석류와 금방울을 교대로 달았으며(출 28:33), 솔로몬 성전의 야긴과 보아스 두 기둥 머리에도 200개의 석류로 장식하였다(왕상 7:20). 유대인들은 석류 안의 씨앗이 율법의 계명 수와 같은 613개라고 생각하여 ‘의의 성취, 부활의 소망, 영원한 생명’을 상징한다고 보기도 했다.
② 각종 아름다운 과수
히브리어 원문을 직역하면 ‘보물 같은 과일들’이라는 뜻이다. 이 나무들은 창세기 1장 11-12절에서 지으신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들이자, 시편 1편 3절에서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라고 말씀하고 있다. 생명나무 외에도 각종 아름다운 과수가 때를 따라 다양한 열매를 맺듯, 신부가 가진 다양한 행실들을 가리켜 각종 과수로 표현한 것이다.
(2) 각종 유향목(각종 향기를 내뿜는 식물)
③고벨화
고벨화는 오늘날 천연 염색약으로 쓰는 헤나의 꽃을 가리킨다. 고벨화는 헬라어로 ‘퀴프로스’라고 하는데, 신약의 구브로 섬(키프로스)에 고벨화가 많이 자생하였기에 ‘고벨화의 섬’이라는 뜻으로 이름하였다. 고벨화는 작고 소소하지만, 향기가 매우 강하여 그 향이 반경 2km까지 이른다. 이러한 향기는 신부의 향기이자(아 1:14), 복음으로 말미암은 그리스도인의 향기이다(고후 2:15).
④나도초 ⑤나도
‘나도초와 나도’는 누가복음 7:37-38, 요한복음 12:3에 등장하는 향료의 재료인 ‘나드’이다. 나드는 본래 해발 3,000~4,000m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로, 이스라엘에서는 찾을 수 없어 전량 수입해야 했다. 나드의 뿌리 한 뭉치의 흙을 털고 씻어내서 푹 찌면 한 두 방울의 진액이 나오는데, 이것을 모아서 나드 향유를 만들었기에 그 가격이 매우 비쌌다. 나드에는 강력한 신경안정제 성분이 들어가 있으며, 몸에 뿌리면 약 3일 정도 지속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⑥ 번홍화
‘번홍화’는 ‘샤프란’이다. 샤프란은 고대부터 사용된 가장 비싼 향신료 중에 하나로 독특한 향과 약간의 신맛을 가지고 있다. 500여 개의 꽃을 세심하게 따서 모아야 간신히 1g의 샤프란을 얻을 수 있기에 예나 지금이나 그 가격이 엄청나다. 샤프란은 늦가을, 또는 초겨울에 마지막으로 피는 꽃으로, 당시 고대 근동세계에서는 신에게 꽃을 남겨달라고 마지막으로 간청해서 피는 꽃이라고 여겨졌다.
⑦ 창포
‘창포’는 베트남 요리에서 많이 사용되는 레몬그라스로 보인다. 독특하고 고급진 향기로 향료나 화장품, 조미료 등으로 쓰였으며, 하나님께 구별된 성물에 바르는 관유를 만들 때에도 창포가 사용되었다(출 30:23). 또한 그 잎은 소화제나 빈혈을 치료하는 데에도 사용되었다. 레몬그라스는 인도에서 나와서, 워단과 야완 같은 아라비아의 도시를 지나 이스라엘로 수입되었다(겔 27:19).
⑧ 계수
‘계수’는 ‘계수나무’로, 그 껍질에서 계피(시나몬)가 나온다. 우리에게는 수정과나 시나몬 커피로 잘 알려져 있는 맛이다. 계피도 창포와 함께 관유를 만들 때 사용되었다(출 30:22-30). 계수 뒤의 ‘각종 유향목’은 ‘고벨화’부터 ‘계수’까지를 가리키는 수식어이다.
(3) 모든 귀한 향품
⑨ 유향/몰약
유향은 유향나무에, 몰약은 몰약나무 껍질에 상처를 내서 흐르는 유액을 건조시켜 만드는 약재이다. 그 맛은 쓰지만 향은 매우 고급스럽다. 유향은 하나님께 드리는 향을 만들 때 사용되며(출 30:34), 몰약도 관유를 만들 때 사용되는 향품이다(출 30:23). 주로 이디오피아나 아라비아에서 생산되며, 전량 수입되다 보니 상당히 비쌌다(아 3:6).
특히 몰약은 이스라엘 곳곳에서 빈번히 사용되었는데, 고위직의 의복에 향기가 나도록 뿌렸으며(시 45:8), 침낭에도 뿌렸다(잠 7:17). 여인들은 몸에 향이 배이도록 몰약을 주머니에 넣고 품에 넣었으며(아 1:13), 화장할 때에도 사용되었다(에 2:12).
무엇보다 유향과 몰약은 동방박사들이 예수님께 가지고 온 예물이었으며(마 2:11),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로마 군병들은 몰약을 탄 포도주를 마취약으로 마시우게 하려 했다(막 15:23). 예수님의 장사에도 몰약이 사용되었다(요 19:39).
⑩ 침향
침향은 침향 껍질에 상처를 내어 목재 속에서 유액이 굳어지며 만들어진 것이다. 침향은 상온에서는 아무 향기가 안 나지만 체온 이상의 열이 가해지면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는다. 침향은 용현향, 사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이기도 하다. 침향은 오직 상처 난 나무에서만 기름이 쌓여 만들어지며, 약 200년에 달하는 나무의 일생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침향이 숙성되기 시작한다. 침향은 몰약과 함께 어우러지는 향기로 자주 사용되었는데, 의복의 향기나(시 45:8), 침낭(잠 7:17), 장사 시(요 19:39)에서 몰약과 함께 사용되었다.
퍼져 나가는 향기(아 4:15)
신랑이 노래하는 신부의 향기는, 성도가 나타내야 하는 그리스도의 향기를 예표한다. 향기는 맡는데 값이나 차별이 없다. 누구에게나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것이 바로 향기이다. 또한 그 향기는 발치에서 시작하여 멀리까지 퍼져나가며, 그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도 향기가 남는다. 오늘날 역시 성도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가정과 직장, 가는 곳마다 퍼져 나가는 역사가 있어야 한다.
아가서 4장 15절에서는 “너는 동산의 샘이요 생수의 우물이요 레바논에서부터 흐르는 시내로구나”라고 노래를 마치고 있다. 여기 ‘샘’은 히브리어 ‘마얀’(מַעְיָן)으로, 산 중턱이나 돌 틈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가리킨다. ‘생수’는 히브리어 ‘마임 하야임’(מַיִם חַיִּים)으로 ‘살아 있는 물’이라는 뜻이다. ‘마얀’과 비교해서 보다 강하게 흘러가는 역동성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내’는 히브리어 ‘나잘’(נָזל)로, 건기가 끝나고 우기에 급격하게 흘러가는 물을 의미한다(시 147:18, 사 44:3, 사 48:21). 마치 바위 틈에서 흐르는 물이 역동성을 가지고 흐르다가 마침내 급류를 이루듯,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내는 향기 또한 열방을 덮는 역사가 있어야겠다(슥 14:8, 요 4:14, 7:38).
글_정디모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