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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교회의 직제

2023.11.21 21:38

장로교회의 직제

교회의 ‘직제’(職制)란 ‘직분에 대한 제도’로서, 지상의 교회가 그리스도의 뜻을 성취하고 일하기 위해 필요한 총체적인 구조를 가리킨다. 기독교의 여러 교단은 각 교단에 맞는 직제를 가지고 있고, 그 직제는 교단의 신학 사상에 기인한다. 

그중 장로교회의 직제는 다른 교단과는 차별화된 것으로,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장로교회의 직제가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고, 많은 분쟁의 요소가 있으며, 의사결정이 더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로교회의 직제는 오직 성경을 최고 권위의 표준으로 삼아 철저하게 성경에 입각하고 있기에, 더딜지 언정 가장 바른 정치 체제를 표방한다. 


교회의 정치 체제 

교회의 정치 체제는 크게 감독정치(교황정치), 회중정치, 장로정치가 있다. 감독정치란, 교회의 수장권을 그리스도의 대리인으로서 감독(교황)에게 부여하고 수직적인 구조로 교회를 운영하는 체제이다. 감리교나 로마 카톨릭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범죄한 인간은 누구도 그리스도의 대리인이될수없으며, 모든 성도는 그리스도 안에서 왕 같은 제사장으로 부름 받은 평등한 관계라는 성경 말씀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회중정치는 감독정치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되어 개교회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연합성을 부인한다. 회중정치에서 각각의 성도는 동등한 입장으로 교회 정치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교회 내, 교회간의 분쟁을 올바르게 치리할 수 있는 기구 없이 모두 개교회의 독립적인 입장에 맡긴다는 문제가 있으며, 모든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공교회(사도신경의 ‘공회’)의 지체들임을 강조하는 성경 말씀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반면 장로 정치는 장로의 회를 통해서 교회를 치리하되, 성도들의 순종을 통해서 교회를 다스 리는 것을 고백한다. 장로 각 개인에게는 인간의 연약함과 한계가 있지만, 장로 의회는 그머리 되시는 그리스도께서 통치하시며 하나님의 절대주권 가운데 뜻을 드러내심을 강조하는 것이다(딤전 4:14). 이는 인간적인 효율성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만을 중심으로 하여 구성된 정치 체제이다. 


구약의 직제 

(1) 창세기의 직제 

타락 전 에덴동산에는 ‘직제’라는 구조가 필 요하지 않았다. 하나님의 뜻이 곧 아담의 뜻이었기 때문이다. 창세기 2:19에서는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각 생물을 일컫는대로 이름을 짓게 하셨음을 말씀하고 있는데, 에베소서 3:14-15에서는 땅의 각 족속의 이름을 주신 분을 아버지 하나님으로 고백하고 있다. 이는 모든 이름의 주인이 되시는 하나님의 뜻 그대로 아담이 대리통치자로서 각 생물의 이름을 지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타락 이후에는 ‘직제’가 필요하게 되었다. 범죄한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땅에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구조와 명령 체계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 직제는 최초로 ‘족장’을 통해서 나타났다. 창세기는 하나님께서 온 가족에게 일일이 나타나셔서 하나씩 설득하시는 것이 아니라, 먼저 족장에게 말씀하시고 남은 가족들이 족장이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써 하나님의 뜻을 실현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쉽게 말해 당시 직제는 직분자로서의 족장과 그에 대한 순종을 통해 서 하나님의 뜻을 지상에 나타낸 것이다(참고-창 8:20, 22:9, 49:28). 


 (2) 구체적인 직제의 도입 

족장 시대에는 하나님의 구속사가 가족 단위로 나타났기에 거창한 직제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출애굽 시기에 이스라엘 백성은 남자만 60만, 여자와 아이를 합치면 200만이 넘는 엄청난 규모로 확대되었다. 출애굽기 18 장에서는 이스라엘 민족의 양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족장시대와 같이 모세 한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이스라엘에게 가르치는 데서 느끼는 한계를 인정한다. 그리고 모세 홀로 할 수 없기에 모세와 함께 사역을 감당할 천부장과 백부장, 오십부장과 십부장을 뽑게 되는데 이들이 성경적인 장로 직분의 원형이 된다. 출애굽기 18장의 직분 조직에는 중요한 세가지 특징이있다. 

대표성: 직분자로 선출된 자들은 ‘재덕이 겸전 한 자 곧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진실무망하며 불의한 이를 미워하는 자’(출 18:21)로, 하나님을 대표하여 백성들을 재판하는 자이다. 또한 동시에 백성을 대표하여 하나님 앞에 나아가며 연약한 인생의 답을 묻는 자이기도 하다. 

한계성: 이들은 모세에게 임한 신을 받은 자들로(민 11:25) 하나님의 신적 권위를 입은 자들이지만, 동시에 연약한 인간으로서 여전히 범죄하고 실수할 수 있는 자들이다. 이는 성령을 받은 장로들이 고라의 패역에 동참하거나, 모압 평지에서의 음행 사건에 앞장선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성경은 장로 뿐아니라 모세까지도 연약한 인간으로서 범죄할 수 있음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구약 성경의 의사결정들을 자세히 보면, 모세와 여호수아, 사사들, 장로들은 의사를 결정하되 백성에게 이를 수용할지 가부를 묻는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서 하나님의 뜻과 인간의 뜻을 구분하여 하나님의 뜻앞에 순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주권성: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구속사에는 후퇴가 없다. 연약한 인간의 판단은 그릇될 수 있지만, 구속사를 주장하시는 하나님은 그 그릇된 판단을 통하여 선의 열매를 맺으신다(참고-롬 8:28). 따라서 직제의 한계성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도리어 하나님의 은혜가 드러나는 수단이 된다. 이 주권성에 따라, 성경은 성도의 할 일이 판단이 아니라 오직 순종임을 가르치고 있다. 


(3) 오늘날 장로정치로의 반영

구약의 직제가 가진 ‘대표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장로교의 ‘당회’이다. 당회를 구성하는 목사와 장로, 당회원들은 단순히 성도들을 대표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대표하는 직분이기도 하다. 민주주의에서 국회위원이 각 지역구 주민을 대표하는 것과 달리, 당회원은 성도 앞에서는 하나님을 대표하고, 하나님 앞에서는 성도를 대표하는 이중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장로교에서 당회가 가지는 치리권은 하나님의 위임과 성도의 위임 모두를 통해서 나타나게 된다. 당회원 각자는 의견이 다르고 옳고 그를 수 있지만, 당회는 단순히 성도만을 대표하는 모임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나타내는 도구로서의 조직이기에 그 치리권이 정당하다고 하겠다. 

이 말은 당회원에게만 한계성이 있고 당회에는 한계성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당회의 치리는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성도의 권리를 제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한계성으로 인해 구약 때 백성에게 수용의 가부를 물었던 것처럼, 성도에게 가부를 묻는 자리가 장로교의 ‘공동의회’이다. 교회의 부동산이나 정관, 사역자의 임면 등 성도의 권리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당회는 그 치리를 밝히되, 성도들의 순종을 통해서만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갈 수 있다. 따라서 공동의회는 그 성격이 순종의 여부를 묻는 자리이기에, 복잡한 의견 교환과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당회의 치리안에 대해서 수용할 것인지 가부만을 묻는다. 이러한 장로교 신학 관점에서 만약 공동의회가 선택지를 가려내고 토의하겠다고 한다면, 당회에 고유하게 맡겨진 치리권에 도전하는 행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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