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칠언(架上七言)의 기록자는 누구인가
참평안 칼럼
가상칠언(架上七言)의 기록자는
누구인가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남기신 일곱 말씀(가상칠언)에 대해 휘선 박윤식 목사님은 이렇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십자가상에서 최후 여섯 시간 동안 하신 일곱 말씀은 영원불멸의 말씀입니다. 이것은 피 맺힌 설교요, 축복의 기원이며, “너는 죽지 않고 다시 산다!”는 선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6일 동안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내가 보기에 좋았더라”고 일곱 번 축복하셨습니다. 그리고 주님은 십자가상에서 여섯 시간 동안 일곱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것은 세상이 알 수 없는 신비한 이치를 품고 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 여섯 시간은 주님의 생애의 압축이며, 우주 만물을 통일시키고 전 인류를 완전히 구원하는 시간입니다. 이것은 인류의 시조 아담부터 앞으로 올 사람까지 전 인류가 간절히 기다린 시간입니다.” 2008.3.26. 수요예배 설교 ‘무지개 언약의 일곱 가지 은혜’(창 9:8-17) 중
이처럼 위대한 가상칠언을 기록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사복음서의 첫 기자(記者) 마태부터 봅니다. 그는 한 말씀을 기록했습니다. 네 번째 말씀인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입니다. 시간으로는 ‘제 구시 즈음’이니 예수님이 운명하시기 직전입니다. 그는 예수님이 운명하실 때의 상황에 대해서는 “크게 소리 지르시고”라고만 썼습니다. 좌, 우편 강도들에 대해서도 “이와 같이 욕하더라.”고만 기록해, 이후에 일어난 우편 강도의 회개는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기자인 마가의 기록은 마태와 흡사합니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단 한 말씀만 기록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자들도 예수를 욕하더라”고 썼으니 좌, 우편 강도들에 대한 기록도 마태와 같습니다. 예수님이 운명하실 때 “큰 소리를 지르시고”라고 쓴 것도 판박이입니다. 기자들끼리 서로 취재내용을 공유하는 걸 ‘풀(pool)’이라고 하는데, ‘둘이 풀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제 삼시’부터 ‘제 육시’까지는 ‘멀찍이’에서 본 외곽 취재의 결과물 느낌이고, 온 땅에 어두움이 임해 사람들이 깜짝 놀란 제 육시 이후에야 비로소 밀착 취재의 기록 같은 느낌을 줍니다.
세 번째 기자는 누가입니다. 누가의 기록은 앞선 두 사람과 대조됩니다.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하신 첫 말씀을 특종 취재했습니다. 우편 강도가 회심해 좌편 강도를 꾸짖고, 예수님이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하신 두 번째 말씀도 그가 단독 보도했습니다.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불러 가라사대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하고 이 말씀을 하신 후 운명하시다”라고 일곱 번째 말씀도 정확하게 기록해, “큰 소리를 지르시고”라고만 쓴 두 기자와 차이를 보입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그도 세 번째부터 여섯 번째 말씀은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총애를 받은 기자, 요한은 어땠을까요. 자신을 지칭해 예수님이 직접 하신 말씀,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보라 네 어머니라” (세 번째 말씀), 그리고 “내가 목마르다”(다섯 번째 말씀), “다 이루었다” (여섯 번째 말씀) 등 세 말씀을 기록했습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과 직접 대화한 유일한 기자이며, 현장을 매우 가까이서 지켰다는 것도 입증됩니다. 그러나 왜일까요.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의 기록을 보면 많은 사람이 현장에서 들은 것으로 보이는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의 위대한 말씀을 비롯해, 네 말씀이 요한복음에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시간으로 보면 십자가에 달리신 초기 이후 제 구시에 임박하기까지 상당 시간은 현장취재의 공백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생깁니다.
이들이 가상칠언을 기록한 정확한 경위는 사실 알지 못합니다. 직접 보고 들은 말씀도, 목격자들을 통해 듣게 된 말씀도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성령님의 영감을 통해 기록됐습니다. 네 명 전원이 일곱 말씀 중 절반 이하만 기록에 남겼으니, ‘기자’로서의 잣대로 평가한다면 모두가 부족합니다. 그러나 위대한 편집장이신 하나님은 불완전하고 부족한 네 사람의 기록을 종합해 ‘가상칠언’이라는 구속사의 정점인 위대한 기사(記事)를 만들어 내셨습니다.
이것은 구속사의 공통된 패턴입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에서 턱없이 부족하고, 번번이 실패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감싸고 용납하시며, 합력하여 선을 이루십니다. 그러니 낙심하지 말고 나아가야 합니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성실과 정직과 경건을 요구하십니다. 십자가 사건의 엄청난 충격 앞에서 네 기자에게도 공포와 배신과 실패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회개하고 결단하며 자기를 이기는 정직과 성실과 경건이 있었기에 하나님 아버지는 그들을 통해 가상칠언을 기록하셨을 것입니다. 구속사 완성이 임박한 놀라운 시대를 살아가며, 늘 깨어 충성스러운 종이 될 것을 다짐합니다.
호준석 (YTN 앵커·기자)
- 22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