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렸던 만남 – 정인지 성도
잊어버렸던 만남
정인지 성도
26년 만에 다시 하나님 아버지 품에 안겼어요. 성전 입구를 들어설 때부터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듯 눈물이 그치질 않았어요. 새 가족을 위한 성경 공부를 할 때도, 다시 내 이름 석 자를 교회에 등록할 때도, 주일예배 때 내 이름을 불러 주실 때도, 찬양할 때도 눈물샘이 터져버린 듯했어요. 내가 다시 갈 수 없는 곳, 나와는 상관없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는데… 30년 전 그때는 성전 들어설 때나 말씀 들을 때 ,찬양을 들을 때 이렇게까지 울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잊어버렸던 만남이지만 사실은 많이 그리워했다는 걸 느꼈어요.
평강제일교회의 청주 지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함께 했던 민영란 권사님에게 청첩장을 전해준 게 발걸음의 시발점이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여자 혼자서 아이 셋을 대학까지 졸업시키고 큰 딸을 결혼시킨다니,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하다”며 밥 한번 먹자고 제안하기에 그러면 “서로 교회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옛 추억을 생각하며 가볍게 만나는 조건으로 나갔던 거니까요. 올해 3월 15일에 만나서 4월 17일에 교회에 등록했어요. 옛 신앙의 친구들과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평소 공허함을 채우려고 금강경이라는 불교 서적을 읽고 듣고 있다”고 했더니 이재옥 권사님이 30년 전 저를 붙들고 말씀 상고를 했었던 게 있는데 기억하냐고 묻는 거예요. 휘선 박윤식 목사님의 설교였는데 “하나님은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 즉 예배를 드리고 싶은 마음을 우리 속에 주셨는데(전 3:11), 사람들은 예배의 대상을 정확히 못 찾는다. 사실은 하나님을 찾아오라고 주신 마음인데 엉뚱하게 만물이나, 사람이나 혹은 자식을 섬기기도 하고, 다른 종교에 빠지기도 한다. 예배의 대상을 바로 찾지 않으면 헛고생이다.” 하는 말씀이었어요. 저는 기억을 못 한다고 했더니 “인지야, 너는 이제 예배의 대상만 바꾸면 된다.”고 하는 거예요.
교회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자는 엄포는 어디 가고 살아온 이야기를 하다 자연스럽게 말씀 이야기로 분위기가 흘러가고, 마치 친정에 와서 엄마와 형제들을 만난 것 같은 편안함에 녹아들더니 헤어질 때는 나도 모르게 급기야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거예요. 그렇게 헤어지고 며칠 후 권사님이 말씀을 듣다가 제 생각이 났다고 한번 집중해서 들어보라고 하셨어요. ‘첫사랑의 장소, 디베랴 바닷가’라는 제목의 말씀인데 토씨 하나 안 빠트리고 다 제 이야기인 거 있죠. 둘째 아들이 집을 나가며 대항하는 마음이나 돌아올 때의 심정이 바늘로 찌르는 것같이 절절하게 와 닿았어요. 돼지들이 먹는 쥐엄 열매조차 먹지 못했던… 저 그렇게 살았거든요.
이혼 후 아이 셋을 키우며 거의 길거리에 나와 앉을 정도의 상황까지 갔었어요. 일요일도 일했으니 교회와 멀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고요. 수산 코너에서 생선회도 뜨고 생선 손질하는 일로 생업을 삼았어요. 어떻게든 가정을 이끌고 버티고 살아야 했기에 정말 독하게 살았어요. 친정 식구와도 단절돼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사는지는 아무도 몰랐어요. 말씀 밖에서 악으로 버텼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하나님 없이도, 믿음의 식구가 곁에 없어도 나가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교회는 안 갔지만 오래도록 소장하고 있었던 말씀 테이프와 설교 녹취본은 이사 다니면서 몇 번 나눠가며 버렸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6독 했던 성경책은 차마 버릴 수가 없어서 동네 개척 교회에 갖다 드리고 나니 제 속에서 뭔가 쓱 빠져나가는 듯한 허한 마음이 들었어요. 세상 사람들한테 너무 상처받다 보니 내 장사를 한번 해 봐야겠다고 작은 사업도 했었어요. 종이 한 장까지 다 계산해서 겨우 수익을 냈는데, 그때 거의 굶고 돼지도 안 먹을 것 같은 쥐엄 열매 같은 음식을 먹고 살았거든요.
30년 전, 숨 한번 크게 들이마시고 산 적이 없었던 것 같은 절박한 때에 내게 찾아오신 예수님. 입에 사탕을 물고 있는 것처럼 달콤했던 말씀을 들으러 신랑 몰래 나갔다 집에 오면 문을 안 열어 줘서 복도에서 아기 업고 한참을 발을 동동 굴렀던 시절도 주마등처럼 지나갔어요. 인도자를 따라 아이 셋을 데리고 청주에서 대전 가수원늘푸른 교회까지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니던 때도 생각났고요. 가장 후회되고 죄송한 것은 아이들을 믿음으로 반듯이 키우지 못한 거예요. 당시에 읽었던 말씀 중 창세기 1:2 말씀이 좋았어요. 뜻은 모르지만 시 같다는 느낌이어서였는데 지혜도 없고 우둔한 저 때문에 하나님 아버지를 수십 년간 수면 위에 맴돌게만 한 것 같아 지금은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보란 듯이 나갔지만 실패하고 돌아온 탕자의 마음… 그 기분도 절절히 이해가 되고 하인으로 써 달라고 했는데 옷 갈아입혀 주시고 반지도 끼워주는 아버지의 사랑을 제가 다시 와서 받는 것 같아요. 청주에서 서울까지 매 주일 내 몸을 붕 떠서 옮겨놓은 것 같은…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은 날들이랄까요. 설레는 마음으로 일찍 약속 장소에 나가 차를 기다리고 맨정신으로 온 적이 없는 것 같이 에덴동산에 오니 너무 좋았어요.
아버지 속만 썩이다가 쥐엄 열매만 먹고 돌아온 내가 뭐라고,
기억해 주시는 은혜를 받아 이런 큰 복을 받게 하시는지요.
믿음의 동역자가 곁에 있다는 게 이렇게 힘이 되는 줄 몰랐어요. 얼마 전 수요예배 때 중풍 병자가 친구들의 믿음으로 병이 나았다는 설교를 들었는데 연약한 제 의지로는 성전 문지방을 밟을 수 없었을 거예요. 제 보폭으로 동행해 주신 권사님들께 감사해요. 기도하면서 보낸 거니 설거지하면서 건성으로 듣지 말고 집중해서 들어보라고 해주시고… 그리고 다음번에 만날 때는 은혜 됐던 말씀들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던 게 큰 도움이 되었거든요. 오랫동안 말씀과 멀어져 살아왔으니 저도 적응이 안 돼서 기도했어요. “하나님, 언니가 말씀을 보내 줘서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왜 들어 보라고 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잘 들어야 저도 말할 거리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잘 들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유튜브에서 말씀을 듣다가 잠들었는데 자동 재생이 되었는지 ‘두 배 부흥, 야베스의 기도’라는 말씀이 흘러 나오는 거예요. 윤성현 목사님의 ‘아낌없는 헌신으로 두 배 부흥하자’라는 제목이었어요.
순간 30년 전 횡단보도 신호등 앞에서 기도했던 역대기상 4:10 말씀이 떠오르는 거예요. 숨 쉬기도 힘들 정도로 버거웠던 삶에 수없이 되뇌었던 절박한 기도! 하나님을 떠나 애굽 사람들과 부대끼며 상처받았던 인간관계를 회복시켜 주시고 결국 때가 되어 저를 다시 구원의 자리 말씀의 자리로 불러 주신 것! 두 배 부흥은 단순히 산술적인 숫자가 아닌 비교 불가한 것이라고 목사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아버지 속만 썩이다가 쥐엄 열매만 먹고 돌아온 내가 뭐라고, 기억해 주시는 은혜를 받아 이런 큰 복을 받게 하시는지요. 내게 한번 찾아왔던 말씀은 절대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한참 후에나 깨달았어요(사 55:11).
이제는 원망도 없고 무조건 고개 숙이고 순종하며 가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이 없어요. 나를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는 하나님이 내 환경을 다 알고 부르셨으니 변명할 것도 없고요. ‘다시 돌아왔으니 아버지 사랑으로 이제 사람 노릇하고 살아야지.’, ‘더 이상 수면 위에 맴도시지만 않게 해 드려야지.’하고 기도해요.
앞으로도 더 많이 양육되어야겠죠. 혹시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돌아온 사람을 만나면 인도해서 독려해 주고 붙들어 주어 정착할 수 있게 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뜻을 위해 쓰이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구술정리_권오연 기자
- 22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