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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평안

대심방의 추억

2022.03.04 14:48

 

노량진 대성교회 머릿돌이 세워진 것이 1977년도잖아요. 저는 1978년도에 교회 등록을 했지만 대심방은 1982년에 난곡동에서 처음 받았어요. 그전에는 식구들 밥도 간신히 해 줄 정도로 좁은 집에 살았거든요. 사람들이 앉을 만한 곳에 살게 되면서 우리 집에서 성경 공부도 하고 심방도 받은 거죠. 지금이야 아파트도 많이 들어서고 개발이 많이 됐지만, 옛날에는 북한이, ‘남한은 이렇게 못 산다’ 라고 보여준 동네가 봉천동 난곡이었을 정도로 언덕도 가파른 빈촌이었죠. 목사님, 전도사님도 버스와 전철 갈아타시고 대심방을 오셨어요. 개발이 덜 돼서 동네도 잘 형성 안 되던 시절, 교역자님들이 차에서 내리시면 모시고 심방 받을 집에 모시고 갔죠. 우리집 심방이 마치면 ‘해방이구나!’ 할 여유도 없이 다음 심방 받을 집에 같이 붙어 가고, 골목을 돌아 다음 집으로 갈 때는 앞에 심방받았던 사람들이 따라가니 심방 일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거죠. 누가 직분자랄 것도 없이 다음 집을 향해 앞장서서 길잡이를 하곤 했죠.

교구나 지구 체계는 1984년도부터 있었고 당시에는 월례회나 구역장 제도만 있었거든요. 달동네 가파른 언덕 골목 골목을 누비다 보면 1, 2월인데도 와이셔츠가 땀에 흠뻑 젖으시곤 하셨어요. 그렇게 한 집 한집 심방할 때 말씀 같이 듣고 함께 기도해 주고, 끝나면 또 다음 집에 우르르 쫓아가서 말씀 듣고…. 이 집 저 집에서 온 말씀 식구들이 한 방에 빼곡히 차죠. 한 집에서 15명에서 많게는 30-40명까지 성경 공부를 한 적도 있었는데요, 뭐. 서로 무릎이 닿을 정도로 비좁았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법이 없었어요. 신발은 마당에까지 죽 늘어서 있었구요. 옛날에는 봉천동에 우리 교회 성도가 105가정까지 있었으니 며칠씩 심방을 해도 오후까지 이어지기 다반사였죠. 오후가 되면 그때까지 붙어 다녔던 사람들까지 합쳐서 점심시간에 해당하는 집에서 점심을 해 먹었으니 그 많은 사람들 밥 먹은 거 생각하면…. (웃음) 밥상 풍경이 어땠냐면요. 목사님, 전도사님은 어른이시니까 따로 밥상에 정갈하게 차려드리고, 나머지 성도들은 바닥에 신문지 깔고, 밥은 아주 큰 양푼에다 담고, 양은 냄비 같은 것에 반찬을 담고, 지금으로 치면 뷔페처럼 알아서 덜어 먹었죠. 저는 처음에 그걸 보고 깜짝 놀랐었어요. 왜냐하면 우리 집에 손님 방문 계획이 있다고 하면 없던 접시도 사고 필요한 그릇이나 냄비도 사고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었거든요.

대심방이니까 그 집 사정과 기도 제목을 말씀드리면 함께 따라온 성도들도 다 같이 듣는 거잖아요. 그때는 사람들이 순수했었는지 사생활 노출이다 뭐 다 그런 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다 같이 가난한 시절이고 하니 너나없이 간절히 기도해 줘야겠다 하는 생각뿐이었죠. 초창기 시절은 다들 힘들었지만 대심방을 받고 나면 ‘내가 교회의 일원으로서 하나님이 우리 집에 방문해 주시는 것이 이렇게나 좋구나‘. ‘주의 사자들이 우리 집에 오셔서 기도해 주시니 가정 천국이 이루어지는구나’ 생각하며 기뻐했죠. 대심방은 절대 순종이라고 생각했죠. 말씀을 가지고 오시는 거고 그 말씀이 우리 가정의 문제 해결을 다 하고 가시는 거잖아요. “우리가 영의 눈을 뜨지 못해서 그렇지, 하나님 대신 보내는 하나님의 사자다.”라고 휘선 박윤식 목사님께서도 단에서 항상 말씀하셨기 때문에 한 치 의심할 여지 없이 하나님 말씀으로 순종하던 시절이었지요. 사람의 생각이 들어간다는 건 추호도 없었던 때였어요.

언제부터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저희는 대심방 마치면 그날 주신 말씀을 남편
(박봉식 집사)이 사무실에 가서 워드로 요약을 한 다음 액자에 끼워요. 그리고 거실 눈에 잘 띄는 곳에 걸어두고 해가 바뀌면 종이를 바꿔서 끼워놓고 1년 동안 가족들이 수시로 읽었어요. 연초에 이 말씀 받을 때 마음가짐도 연말까지 간직하고, 교회에도 신앙의 지표, 표어가 있듯이 ‘이것은 우리 가정의 지표다’ 라면서 보물 다루듯 했어요. 올해는 지난 2월 11일에 대심방을 받았으니 본문인 성경 구절 쓰고 내용을 요약해 타이핑해서 다시 끼워 놔야죠.

대심방 하면 또 청소를 빼놓을 수 없죠. 휘선 박윤식 목사님의 가르침대로 먼저 배웠던 분들께도 들었지만 저는 교회 다니면서 청소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우리 나이에 어디서 청소를 배운 일이 없잖아요. 여주, 청평, 문막 연수원이나 교회 청소를 마치면 검사를 받고 통과돼야 집에 갈 수 있었잖아요. 교회는 하나님의 몸이고, 성전에 하나님이 머무르시는 것이니까요. 어느 날은 다 마치고 집에 가는 버스를 탔는데 교역자님들이 머리카락 몇 올 남은 걸 사진 찍어서 보내온 거예요. 할 수 없이 다시 돌아가서 에어컨 다 꺼진 성전에 다시 들어가 땀 뻘뻘 흘리며 싹 치우고 온 게 생각나요. 물론 저희가 돌아올 때까지 버스 출발이 지연되었죠. 당시에는 그게 야속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런데도 불구하고 순종하길 잘했다, 청소 배우길 잘했다고 감사하죠. 지금도 이삿짐 하시는 분이나 청소하시는 분들이 저보고 그래요. 이렇게 꼼꼼히 일 시키는 분은 처음 봤다고. 어디서 배웠겠어요. 교회에서 배웠지요. 그래서인지 저희 20대 교구는 평균 연령 74세인데 집에 가보면 다들 얼마나 깨끗하게 사시는지 몰라요.

교회 식당 봉사도 몸은 노쇠해도 하던 가락들이 있으셔서 잘하셔요. 식당 봉사의 하이라이트인 숟가락 정리까지 마치고 오거든요. 연약해진 몸이지만 아버지 뜻을 한 모퉁이라도 감당하려고 애쓰는 거지요. 봉사뿐입니까. 지긋한 나이지만 설교 말씀은 늘 노트에다 필기하시구요. 젊은 분들은 이런 모습을 보기만 해도 은혜받는대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주시기 때문인 것 같아요. 존재만으로도 이렇게 신앙 전수가 되는 거라면 더없이 감사할 따름이죠.

고순임 권사

 

  • 22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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