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권 맹세 언약의 영원한 대제사장 – 서평
손 석 태 / 미 뉴욕대 대학원 철학박사 / 개신대학원대학교 총장 / 한국개혁신학회장 / (현)개신대학원대학교 명예총장
성경의 족보 연구에 있어서 세계적 대가라고 할 수 있는 박윤식 목사님께서 다섯 권에 걸친 예수님의 족보에 관한 책을 저술한 데 이어, 이번에는 대제사장들의 족보를 정리해서 책으로 내놓았습니다. 90이 가까운 목사님께서 아직도 이러한 글을 쓰실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나는 은퇴한 교수로서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고, 구속사의 주인공인 예수님의 족보라는 한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한결같이 끈질기게 연구하시는 집념에 대하여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그의 유려한 문장은 마치 소설을 읽는 것같이 쉽게 읽혀져서 전혀 이론이나 신학적인 책 같지 않아서, 누구나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보고 싶은 호기심과 충동을 느끼게 합니다. 목회자로서 또한 한 인간으로서 온갖 산전수전을 겪으며 살아온 가운데 쌓인 인생의 지혜와 경륜이 한 문장 한 문장에 배어 있어서 눈길이 멈추곤 했습니다.
이런 좋은 책을 우리에게 선물하신 목사님께 먼저 감사를 드리며, 부족한 사람이 감히 추천의 글을 씁니다. 사실 저는 목사님에게 더 이상 누구의 추천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씀드렸는데도 굳이 원하시니, 추천사라기보다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박 목사님의 책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그의 신학이 철저하게 성경 중심의 보수 성경 신학이라는 점입니다. 성경이 하나님의 영감으로 쓰인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기본적인 전제가 기초이며, 성경을 성경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개혁주의 성경해석 원리와 방법이 그의 신학 사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그는 무엇보다 성경 지식이 깊고 넓습니다. 평소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성경 구절을 꼬집어 하나님의 구속사와 연결하거나 다른 성경 구절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들이 많은데, 그것은 성경을 많이 탐독한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고, 말씀을 꾸준하게 묵상하고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성경 선생이 되어 성경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설교하려면 무엇보다 성경을 많이 알아야 한다는 점을 새롭게 다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 자신의 성경에 대한 무지함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하나님의 구속사적 경륜으로 본 대제사장의 족보 맹세 언약의 영원한 대제사장」이라는 제명에서 “맹세 언약의 영원한 대제사장”이란 말은 우리의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일컫는 칭호로, 히브리서 7:28에 나오는 말입니다. 우리 인간들은 죄인들이라,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직접 나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우리 죄인들이 제물을 가지고 제단에 나아가, 제사장을 통하여 하나님께 제사를 드림으로 우리의 죄를 용서받고 하나님과 교제하며 살도록 제사 제도를 만드셨습니다. 구속사 가운데 제사장은 장차 오실 영원한 대제사장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모형입니다. 모형이란 아파트의 모델 하우스와 같은 것이어서 청약자는 그 아파트 실형의 공사가 완성되기를 바라고, 기다리며 살다가 완성되었을 때, 그곳에 입주하여 살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모형과 실형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모형이 있으면 실형이 있고, 실형이 있으면 모형이 있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대제사장이신 예수님을 알려면 구약의 제사장들을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족보가 중요하다면 제사장들의 족보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성경에는 다양한 면에서 하나님의 구속 사업에 관련된 사람들의 족보가 수록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제사장들의 족보는 거의 완벽하게 기술해 놓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동안 제사장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가졌지만, 제사장들의 족보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박윤식 목사님은 이스라엘의 대제사장들의 족보를 정리해서 책으로 내놓으신 것입니다. 특히 역사상 처음으로 제사장의 족보를 정리하여 만든 도표는 한눈에 보기에도 제사장의 역사를 알 수 있게 잘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자는 우리 예수님의 제자들이 꼭 알아야 할 부분이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연구하고 책으로 출판하여, 후진(後進) 성경 학도들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주신 것입니다.
박 목사님은 본 서를 시작함에 있어서 신명기 32:7, 여호와께서 모세를 통하여 주신 말씀,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는 구절을 통하여 우리 성도들이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전제하고, 역대서에 기록된 족보를 설명해 갑니다. 그는 특히 역대서 가운데 구속사의 압축이라고 할 수 있는 1-9장의 족보 가운데서 X자 형 구조를 발견하고, 이 구조 속에서 6장의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에 관한 기사가 전체 족보의 핵심을 이루고 있고, 6장 가운데서도 6:48-53에서 대제사장에 관한 기사가 전체 족보의 중앙에 배열된 점을 통하여 결국 역대기는 제사장을 중심한 역사임을 인지하고, 그의 책을 제사장과 레위인의 족보와 그들의 역할을 중심으로 전개해 갑니다. 이 점에 있어서 박윤식 목사님의 책은 그 구성이 참으로 독특하고 뛰어납니다.
일반적으로 역대기서의 관심사와 족보의 역할은, 이방 땅에서 포로 생활을 마치고 부정할 대로 부정해져서 예루살렘에 돌아왔지만, 성전도 없고 왕도 없이 황폐한 성읍을 바라보며 이스라엘 백성이 가진 질문, 곧 “아직도 우리는 여호와의 선민인가?”하는 과거와의 연속성 문제에 대하여 “그렇다. 우리는 여전히 여호와의 백성이다”라는 신학적 해답을 주는 목적으로 쓰인 책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박 목사님은 역대서를 통하여 제사장들의 족보와 역할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것입니다.
역대서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죄지은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세운 제사장들이 어떤 사람들이며 이들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통시적(通時的)일 뿐만 아니라 공시적(共時的)으로 전개해 나감으로 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래서 성경의 제사장에 대한 기사를 써내려가는 것이, 마치 어부가 강물을 따라 그물을 들고 물고기를 몰아가듯이 그의 주제를 몰고 가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합니다.
또한 이 책은 성경에 국한하지 않고, 성경 시대 이후, 제2성전(스룹바벨 성전) 시대로부터 헤롯 성전 시대까지의 역사를 제사장 중심으로 다루고 있어서, 신약과 구약 사이의 중간 시대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귀중한 역사적 정보를 접하게 해 줍니다. 마치 요세푸스의 역사책을 읽는 것 같습니다.
바벨론에게 유다가 멸망한 이후, 헬라 세력의 지배 시대, 그리고 로마 시대로 이어지는 역사가 성경에는 에스겔, 다니엘, 느헤미야, 에스라, 에스더 등에 기록되어 있지만, 그것은 선지자를 중심으로 매우 단편적입니다. 사무엘서, 열왕기서, 역대기서처럼 역사의 흐름을 잘 알 수 있도록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기록된 부분이 없어서 포로로 잡혀간 이후 귀환까지, 그리고 예수님의 탄생까지의 역사가 시원하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인데, 이 책은 바로 그 공백을 잘 메워 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 시대는 이스라엘의 역사 가운데 가장 시련이 많고 중요한 시기입니다. 예루살렘 성읍을 정비하고, 성전을 재건한 후, 계속 밀려오는 이방 세력의 정치적인 압제와 종교 탄압, 그리고 강제 노동과 착취 등으로 신음하는 백성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어야 할 이 시기의 제사장들이 벌이는 정치적인 세력 다툼과 세속적으로 타락한 모습을 이 책은 너무나 적나라하게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박 목사님의 책은 전체적인 구성도 잘 짜여 있지만, 장마다 본문 전개도 먼저 내용 구분, 그리고 해석상의 특이사항, 마지막으로 구속사적 의미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의 해석은 곳곳에 그의 해박한 성경 지식과 영적인 통찰력이 배어 있으며, 자칫 영해(靈解)로 흐르기 쉬운 부분도 절제하여 신학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일반 목회자들이 설교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복잡한 역사를 한눈에 보고 알 수 있도록 한 점도 박 목사님 특유의 목회적 배려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글은 쉽고,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입니다. 한번 손에 책을 들면 끝을 보아야 책을 놓게 만드는 마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음을 기다리게 합니다. 본서에는 지면상 다루지 않았지만 제사장과 더불어 다루어야 할 부분이 성막과 성전, 그리고 제사와 제물 등입니다. 저자는 다음에 쓰겠다는 것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 책 역시 기다려집니다.
나는 이 책이 성경을 공부하는 모든 성경 학도들이 꼭 읽고 공부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신학대학원이나 목회 현장에서는 우리의 대제사장 예수 그리스도의 모형으로서 제사장의 역할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에만 관심을 갖습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제사장의 계보와 그들이 하나님의 구속사 가운데 행한 일들을, 역사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아는 것은 무엇보다 더 중요한 일입니다. 마치 그동안 가 보지도 못했던 전혀 새로운 길을 들어가, 눈앞에 펼쳐지는 장엄한 경관을 대하는 듯한 감동과 감격을 주리라 믿습니다.
- 21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