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인터뷰] ‘역대 연대’의 핵심 증인 므두셀라를 만나다
‘역대 연대’의 핵심 증인
므두셀라를 만나다
*이 글은 성경을 토대로 한 가상 인터뷰입니다.
‘참평안’ 1월호 가상 인터뷰의 주인공은 ‘인류 역사상 최장수의 인물’ 므두셀라다. 무려 969세까지 살면서 ‘첫 사람’ 아담의 사망, 부친 에녹의 변화, 그리고 손자 노아가 방주를 짓는 것까지 목격한 역대 연대(신 32:7)의 핵심 증인. 그는 구속사(救贖史)를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물어볼 것이 너무 많은 ‘핫 인터뷰이(hot interviewee)’다. 흥분되지 않을 수 없다. 침착하자. 첫 질문은 가볍게 인적사항으로 시작해 본다.
태어나신 해가 BC 3428년이죠? 아담 창조를 제1년으로 잡았을 때 687년이고요.
맞아요. 내가 태어났을 때 조상인 아담, 셋, 에노스, 게난, 마할랄렐, 야렛, 에녹까지 7대(代)가 생존해 계셨죠. 야렛 할아버지가 162세에 저의 아버지 에녹을 낳으셨고, 부친이 65세에 나를 낳으셨어요.
성장기에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있습니까?
이름 때문에 어딜 가나 주목을 받았어요. 내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한 번씩 저를 쳐다보거나 한마디씩 했죠. ‘그가 죽으면 세상에 종말이 온다’는 뜻이니까요. 어릴 땐 ‘왜 하필 이런 이름을 아버지가 지어 줬을까’ 의아했어요. 원망도 했습니다. 철이 들면서 ‘뭔가 사연이 있구나’ 하는 걸 느꼈죠. 부친이 나를 낳으신 뒤부터 완전히 달라지셨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들었으니까요. 부친 에녹은 가족인 우리가 보기에도 늘 하나님과 동행하며 경건을 지키는 분이었어요. 산 속에서 혼자 도 닦는 게 아니라 생활인이고, 남편이자 아빠고, 세상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도 그렇게 경건을 지킨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나도 어른이 돼 가면서 그걸 알았죠. 나의 출생을 통해 뭔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메시지가 있구나, 그리고 내 이름은 그것과 관계돼 있구나 하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다가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셨다고요.
그래요. 말 그대로 충격이었죠. 내가 243살 되던 해였습니다. 969살까지 산 나로서는 아직 청년일 때에요. 집안의 가장 어른이신 아담이 별세하셨어요. 우리 모두에겐 정말 큰 충격이었습니다. 아담 할아버지가 에덴 동산에서 쫓겨날 때 하나님께 사형선고를 받긴 했지만, 그 후로도 930세까지 사셨기 때문에 우리 머리에는 ‘사망’이란 것에 대한 실감이 사실 없었어요. 그런데 아담이 별세하는 걸 내 눈으로 지켜보면서 ‘죄와 불순종의 결국은 사망이구나’ 하는 걸 비로소 현실로 느낀 거예요. 아담 할아버지부터 나의 부친인 에녹까지 7대(代) 중 아무도 ‘사망’을 겪지 않았던 때였으니까요. ‘우리도 끝내는 사망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슬픔과 절망이 몸서리쳐지게 느껴졌어요.
첫 사람 아담의 심경에 대해서는 ‘참평안’ 2014년 10월호 ‘가상 인터뷰 – 아담’ 편을 참조하시기 바란다.(www.champyungan.com)
슬픔에서 헤어나시기 어려웠겠습니다.
그런데 57년 뒤, 아담 할아버지의 별세보다 더 드라마틱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나의 부친 에녹이 죽지 않고 변화돼 하늘로 올라가신 것입니다. 사람은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걸 하나님이 보여 주신 겁니다. 물론 처음에는 우리도 어안이 벙벙했어요. 갑자기 부친이 이 땅에서 없어지신 것이니까요. 슬퍼하는 가족들도 있었죠. 그렇지만 우리는 알았습니다. 부친께서 300년 동안 하나님의 뜻만 품고 일편단심으로 사시는 모습을 봤거든요. 그렇기에 부친을 데려가신 건 죽음을 뛰어넘은 신비이고, 천국에 영광스럽게 입성하신 거라는 걸 알았죠.
아담이 돌아가신 뒤 에녹이 변화되실 때까지의 57년 동안은 셋 할아버지부터 나까지 7대 중 아무도 별세한 사람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하나님은 아담의 죽음으로 ‘죄의 삯은 사망’임을 밝히셨지만, 죄와 사망을 이기는 영생불사(永生不死)의 방법이 있다는 걸 곧바로 우리에게 공개하신 겁니다. 이 사실을 온전히 깨닫기까지 몇 년의 세월이 필요했어요.
아드님 얘기도 해주시죠. 아드님 라멕도 좀 특별한 사람이었죠?
내 나이 187살에 라멕이 태어났습니다. 라멕이 56살일 때 아담이 별세하셨고, 113살일 때 라멕의 할아버지 에녹이 변화되셨어요. 라멕은 젊어서부터 하나님의 생생한 구속사 수업을 받은 셈이죠. 아담을 비롯한 어른들로부터 에덴 동산에서부터의 ‘옛날 이야기’와 ‘역대 연대의 사건’들을 잘 전수받았고요. 그래서인지 라멕은 내가 지어준 이름 그대로 ‘능력 있는 사람’, ‘기도의 사람’으로 자라났어요. 그 녀석은 아빠인 내 이름의 뜻도 잘 알았죠. 그리고 메시아를 간절히 기다리는 삶을 살더군요. 죄악으로 가득 찬 세상을 구원해 줄 메시아를 말입니다. 182살에 아들을 낳더니 이름을 ‘위로’, ‘안위(安慰)’라는 뜻인 ‘노아’라고 지었어요. 노아를 통해 죄악이 종식되고 하나님의 참된 위로가 임하길 바라는 마음이란 걸 나는 누구보다 잘 알았습니다.
자식 얘기에 약해지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969년의 풍진세월(風塵歲月)을 겪은 백전노장 므두셀라의 얼굴에도 아들 라멕을 얘기할 때에는 흐뭇한 웃음이 번져갔다.
아담부터 노아까지의 10대(代) 중에서도 특히 므두셀라, 라멕, 노아 이 3대의 관계는 각별했던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것 같아요. 내 할아버지 야렛이 내가 735살일 때 별세하셨거든요. 아담이 창조됐을 때부터 계산하면 1422년이고, 요즘 식으로 말하면 BC 2673년이에요. 그때는 아버지 에녹이 이미 승천하셨을 때니까 내가 아담 가문에서 제일 어른이 된 거예요. 그때부터 136년 동안은 나와 라멕, 노아, 이렇게 3대만 남아서 하나님의 뜻을 받드는 외로운 싸움을 한 겁니다. 심판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었고, 세상은 우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점점 타락해 갈 때였으니 정말 절박했지요.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신 걸 한탄하실 정도였으니까요. 노아가 502살에 셈을 낳을 때까지는 우리 3대만이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외쳤어요.
손자 노아가 세 아들 셈,함,야벳을 낳고 세 며느리까지 본 뒤 방주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심경은 어떠셨나요.
내가 900살이 되기 전 어느 해였습니다. 노아가 방주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당시 우리 사회에서 정말 센세이셔널한 사건이었죠. 주위 사람들이 뭐라고들 했을지 짐작이 가지 않습니까. 그러나 나는 직감했어요. 아담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태초의 그 아름다운 세계, 그리고 죄의 결과로 끝내 찾아오고야 만 사망, 에녹의 승천, ‘그가 죽으면 세상에 종말이 온다’는 나의 이름, 라멕이 노아에게 지어준 ‘위로와 안위’라는 이름, 무엇보다도 죄악과 강포(强暴)가 철철 차고 넘치는 세상의 모습… 노아가 하나님께 명령을 받고 방주를 짓고 있다는 걸 나는 느낄 수 있었어요. 에녹이 변화받은 것도, 사람들이 듣기에는 섬뜩한 내 이름도 세상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에요. 노아가 방주를 지은 것도 똑같아요.
방주를 짓기 시작한 지 수십 년이 지나도 세상에는 아무 일이 없었어요. 방주가 낡고 썩어서 새로 덧대고 고치고 하는 걸 보면서 사람들은 비웃었죠. “그놈의 말세가 도대체 언제 오는 거냐?” “설령 종말이 오더라도 우리 때는 아냐”. 나도 마음 한구석에 ‘언제 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때도 있었고, 손자가 안쓰럽기도 했죠. 정말 식구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던지. 그래도 내 손자의 믿음은 대단하더군요. 나도 힘과 용기와 소망을 북돋워주려고 노력했습니다.
969년은 참 긴 시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말씀을 듣다 보니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간 세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도 베드로 말씀대로 ‘천년이 하루 같은’ 하나님의 구속 섭리 속에서는 더욱 그렇겠지요.
그래요. 길고도 짧았던 내 인생 얘기를 이제 마무리할 때군요. 내 나이 964살에 아들 라멕이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아들을 앞세운 아비의 심정이 오죽했겠습니까. 게다가 777세로 떠났으니 선대(先代) 할아버지들에 비하면 너무 빨리 떠난 것이지요. 그렇지만 난 슬퍼하지만은 않았습니다. 7은 하나님의 섭리 속에 완전수라는 것을 알았죠. 777세에 라멕을 부르신 것은 자기 사명을 다하고, 화액(禍厄) 전에 불리워 간 것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라멕은 말씀이 반드시 이뤄질 것을 바라보면서 아들 노아를 돕는 인생을 살았어요. 라멕을 부르신 것을 보고 ‘이제 때가 아주 가까이 다가왔구나’ 하는 걸 직감했습니다.
그로부터도 나는 5년을 더 살았죠. 왜 내가 조상들보다도 이렇게 길게 수명을 누릴까 생각해 봤습니다. 아버지 에녹이 내게 지어주신 이름의 뜻, ‘그가 죽으면 세상에 종말이 온다’가 새삼 떠오르더군요. 죄악으로 가득 찬 이 땅을 심판하시기 전에 하나님이 참고 또 참으시면서 회개하기를 기다려 주셨다는 걸 깨닫고 나는 전율했어요. 나의 장수는 하나님의 인내와 긍휼의 결과였습니다. 사람들은 끝내 그 사랑을 무시하고 ‘그 종말이 언제 오냐’고 조롱했지만요.
이제는 때가 왔음을 알았고, 하나님의 심판은 무서운 멸망이 아니라 아담 할아버지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창조 질서의 회복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나는 평안하고 감사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를 만나고, 그리운 부친 에녹을 만나고, 믿음직스럽던 아들 라멕을 만날 날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니까요.
에필로그
므두셀라는 아들 라멕이 죽은 지 5년 후 969세로 별세했다. 그리고 그해 2월 17일 홍수 심판이 찾아왔다. 노아 600세 되던 해였고, 아담 창조로부터는 1656년, BC 2459년이었다.
* 이 글은 구속사 시리즈 제1권 <창세기의 족보> (도서출판 휘선, 박윤식 저) 내용을 따른 것입니다. 연대와 나이 등 모든 수치(數値)는 구약성경 창세기의 기록을 근거로 위 저서에서 규명된 것입니다.
- 21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