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남았다는 의사의 말에…
2020년, 어떤 열매를 맺었나
3개월 남았다는 의사의 말에…
권대중 집사
청천벽력 같은 얘기였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혈액내과’, 그리고 ‘다발성 골수종’이라는 진단명. 그리고 주어진 시간이 3개월 남짓이 될 수도 있다는 위로 섞인 의사의 말은 머릿속을 백지상태로 만들었습니다. 며칠 후 병실을 다니며 기도해 주시는 집사님이 내게도 오셔서 기도해 주셨습니다. 병명을 물어보신 후 “쉽지 않은 병이니 기도 많이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내게 말했습니다. “지금 죽으면 천국에 갈 수 있겠냐”고…
그 순간 난 아무 얘기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습니다. 그날 이후 온갖 영화에서 봤던 지옥의 장면들이 꿈속에서 나를 괴롭혔습니다. 심지어 CT, MRI와 같이 통속에 들어가는 것 같은 검사를 할 때면, 마치 관 속에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에 폐쇄공포 증세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삶보다 죽음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들이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선물했습니다. 교회에서 직원으로 일했을 때 나름대로 열심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딱히 아버지 하나님 앞에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특히 신앙적인 측면에서 자신을 돌아봤을 때 천국은 도저히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신앙생활’을 한 것이지, ‘신앙인’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어중간한 상태인 스스로의 모습을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절망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 뿐이었습니다. 몇 차례의 수술과 폐렴으로 인한 위기를 넘길 때, 눈물의 기도로 내 옆을 지켜주던 아내가 내게 얘기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고…
성경을 정독하기 시작했고, 병원에서나 집에서나 하루에 한 번은 반드시 아내와 함께 기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목사님의 설교가 서서히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특히 성경에서 읽었던 내용이 설교에 나올 때는 웬만한 영화보다 재미있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죽음과 죽음 이후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걷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아버지 하나님께서 위기 때마다 꿈을 통해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신 것이 무엇보다 커다란 힘이 되었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3개월 남짓일 수도 있다고 했지만, 1년여에 걸친 항암치료의 경과는 매우 좋았습니다. 다른 곳으로 암이 전이된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시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죽음보다 삶이 다시 중요해졌습니다. 조혈 모세포 이식은 치료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계의 치료입니다. 항암치료가 성공한 환자들만이 할 수 있는 치료입니다. 이식 치료 전에 담당 간호사와 담당 주치의까지 오셔서 기도해 주시고, ‘다시 태어나는 날’이라고 축하해 주실 정도였습니다. 이식 전에 교회와 성도들께 중보기도를 부탁드렸습니다. 특히 주일 2부 예배 때 대표 기도를 해 주신 담임목사님의 기도는 내 병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드릴 수 없는 내용의 기도였습니다. 이후 교회에서 만나는 모든 성도들에게 감사했습니다.
지금은 관해 상태에 있습니다. 혈액 속의 암세포는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재발의 확률이 높은 다발성 골수종은 관해 상태가 5년 이상 지속된 후에야 완치 판정을 내려줍니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 같은 큰 두려움은 없습니다. 아직까지 내 맘속에 남아 있는 사단의 속성과 계속 싸우며, 이겨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졌을 뿐입니다. 아버지 하나님의 말씀과 신실한 기도, 그리고 내게 주신 달란트를 통한 봉사가 그 싸움에서 내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나는 이제 말씀 안에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2020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