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 동산의 문지기들
평강 동산의 문지기들
에덴동산을 지키기 위해 그룹들과 두루 도는 화염검이 있다면, 에스겔 성전에는 전 문을 맡아 수직하는 문지기들을 위해 6개의 문에 각 6개씩 ‘문지기 방’이 있다. 문지기의 역할은 성전이나 왕궁을 지키는 것인데,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역대상 9장에 기록된 레위인의 족보 중에서 성전 문지기의 족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우리는 구속사 시리즈 제11권上을 통해 성경에서 ‘문지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됐다. 문지기들은 ‘속된 것이나 가증한 것이나 거짓된 것은 절대로 들어가지 못하게’(계 21:27)하여 성전 전역에서 하나님의 거룩이 지켜지도록 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아 수행하는 존재이다(참고-창 2:15, 3:24). 성경에서 이 직분은 하나님의 택하심을 입은 레위 가문에게만 허락되었다. 평강동산에도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역할을 맡았던 박중광 장로의 뒤를 이어 이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3명의 문지기들이 있는데, 이들이 바로 김재철 목사, 김경원 장로, 이황 집사이다.
한시도 소홀함 없이 성전을 지켜야 하는 사명
교회 정문 근무는 8시간씩 3교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3교대로 근무해 본 경험이 있으면 잘 알겠지만 근무가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수면 리듬이 깨지고 만성적인 수면 장애에 빠지기 쉽다. 인터넷에는 ‘3교대 생존 전략’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을 정도이다. 우리 교회 정문 근무자들 또한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새벽에 잠을 잘 못 자는 게 힘이 들고, 매주 근무 시간이 바뀌기 때문에 낮에 제대로 잘 수도 없는 환경이다. 안에 앉아서만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밖에서 하는 일이 더 많다. 예배가 있는 날에는 많은 차들이 드나들기 때문에, 성도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하는데, 차들이 몸 앞뒤로 바람을 일으키며 휙휙 지나갈 때 매서운 추위를 느낀다. 교회의 입구이자 얼굴인 정문 주변 이곳저곳을 닦고, 깨끗하게 관리하는 일도 도맡아 한다. 그러나 ‘평강의 문지기’들은 허락해 주신 사명을 위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오히려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을 다 하고 있다.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날 김재철 목사는 감기에 걸려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근무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전 근무자와 교대를 해주었다. 이들을 이렇게 이끄는 힘은 무엇일까.
“여기에 있는 자체가 기적이고,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김재철 목사의 이 고백은 마치 고라 자손인 문지기가 성전을 사모하는 열정을 담아 지은 노래로 추정되는 시편 84편의 내용과 비슷하다. 여기서 시인의 여러 표현들을 통해서 세상 그 무엇보다 성전에 대한 소망이 강렬했음을 알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성전에 거함으로써 하나님으로부터 복을 얻고, 힘을 얻고, 시온의 대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재철 목사는 “건강, 힘, 은혜를 주시지 않으면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허락해 주시고 인도해 주셨다”고 말한다. “작고 부족하지만 직분을 주심에 감사하다”고 그는 고백했다.
“예배를 빠짐없이 드릴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김경원 장로는 어디서 일하든 교회 일이라는 생각으로 정문에서 근무한다. 죄악된 세상에서 휩쓸려 지내지 않고 하나님의 집을 지킨다는 은혜에 대해 감사한다고 한다. 특히 말씀을 다 받을 수 있는 것이 가장 감사하다고 말했다. TV를 통해 모리아 성전에서 드려지는 예배를 빠짐없이 시청하며 함께 예배드린다. 형편상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는 국내외 성도들로부터 설교를 녹음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 보내주는 일도 하고 있는데, 그 수가 80명 정도 된다. 되도록 빨리 보내주기 위해서, 근무를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보내는데 개별적으로 보내야 해서 그 시간도 30분이 넘게 걸린다. 점점 보내는 수가 많아져서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이렇게 말씀을 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부족한 나를 필요로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이황 집사는 처음 정문에서 근무하기 시작했을 때 얼굴 한쪽에 안면마비가 오는 등 건강이 많이 안 좋았다. 척추측만증도 심해서 30분을 서있기가 힘들었다. 발령을 받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될 때마다 산이나 십자가 제단에 올라가서 “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지만, 만유의 하나님께서 함께해 주셔서 이 사명을 감당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능력으로 날 고쳐주셔서 영광 받으시기를 원합니다”라고 간절히 부르짖으며 기도했다.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건강한 때’라고 말할 정도로 이제는 몸이 많이 좋아져서 밤 12시부터 주일 아침 7시까지 근무하고 집에서 잠깐 쉰 후에 다시 와서 저녁까지 있어도 예전처럼 큰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영육이 모두 크게 변해가는 것을 느끼면서, ‘하나님의 일에 시간과 정성을 아끼지 않을 때,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분량으로 채워 주신다는 것을 느낀다’라고 고백했다.
마지막 때에 흠 없게 보전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
에스겔 성전의 구조는 담과 벽, 그리고 문과 방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거룩과 관계가 있다. 담과 벽을 두른 것은 성전을 외부와 완전히 차단하여 그 거룩함을 철저히 지키기 위함이며, 문은 성전으로 들어올 자격자를 구별하는 곳이다. 세 사람의 ‘평강의 문지기’ 뿐 아니라 평강 성도들은 교구별,기관별로 반차에 따라 정문에서 철야로 봉사하며 문지기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하나님의 문지기로 있는 것이 세상에서 천 날을 지내는 것보다 좋다’(시 84:10)는 고백이 우리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한다.
글_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