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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평안

주방의 재발견

2013.04.16 20:11

‘엘림’은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을 탈출한 후 다섯 번째로 진을 친 장소다. 홍해를 건넌 후 ‘마라’(쓴, 쓴 맛)에서 쓴 맛을 본 이스라엘 백성들은 ‘큰 나무들’이라는 엘림의 뜻처럼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메마른 광야에서 처음으로 긴장과 피곤을 풀고 안식을 취한다. 우리 교회에도 엘림이 있다. 추어탕과 비빔밥 등 계절 메뉴를 비롯해 성도들을 위한 정성스런 한 끼 식사를 내는 식당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엘림 식당 주방에 양복 혹은 운동복 위에 앞치마를 두른 남성들이 활보하기 시작했다.

“너무 은혜 받았습니다.”
지난 2월10일 주일부터 시작된 남선교회 회원들의 엘림 식당 봉사. 남선교회, 여선교회 회원 모두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
여선교회 회원들은 뚝배기 그릇 설거지 후 무거운 그릇을 차곡차곡 잘 쌓아놓는 남선교회 회원들을 보고 은혜를 받았다. 남선교회 회원들은 주방 밖에 있는, 그것도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곳에서 김치는 물론이고 양파와 같은 각종 재료를 손질하기 위해 기꺼이 힘을 썼을 여선교회 회원들의 그동안 수고를 생각하며 은혜를 받았다.
“대교구(大敎區)별로 한 주씩 돌아가는 식당 봉사를 하고 온 아내가 일주일 동안 몸살이 나 끙끙거리는 걸 보니 안타깝다며, ‘남자들이 뭔가를 해야겠다.’는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남선교회 회장 김원호 장로의 말이다. 집에서 하는 설거지와 청소 정도로 생각했는데 주일부터 월요일까지 이어지는 봉사를 하고 온 아내가 ‘뻗어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25대교구부터 시작된 남선교회의 엘림 식당 봉사는 사랑하는 부인들을 이해하는 남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자원 했다.

어디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별 것 아니겠거니’ 하고. 그런데 그렇게 두 팔을 걷고 나섰다가 ‘주방의 재발견’을 하고 말았다.
김치만 해도 그렇다. 주일이면 1000명 분 이상의 김치가 나가는데, 조리 기구만으로도 꽉 차 있는 주방의 형편 때문에 계단을 한참 내려가서 커다란 통에 몇 포기씩 담아 옮겨와야 한다. 그래서 오래 봉사한 여선교회 회원들은 허리는 물론이고 무릎도 아프고 심지어 손목까지 시려 파스와 친구를 한 지 꽤 됐다. 밥을 배식대까지 옮길 때도 “으랏차차!” 기합을 줘야 배에 힘이 들어가 옮길 수 있었다. 아내들의 ‘봉사’를 남편들은 이제야 이해하기 시작했다.
설거지를 한 후 뚝배기를 옮기고, 음식을 만들기 위해 다듬은 버려진 각종 식재료들은 다시 밭에 비료로 쓰기 위해 교회 뒷동산으로 옮긴다.

주일 하루가 마무리 될 쯤에는 남은 짬밥을 들통에 넣고 옮겨간다. 하루 종일 식당에서 봉사한 후 뒷마무리 하는 데만도 시간 반은 걸리는데, 여자들의 몸이 녹초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가정에서도 여자가 하는 일이니까 교회에서도 당연히 여자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힘들게 일했을 걸 생각하니 부끄럽기도 하고 은혜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흥식 29대교구 총무)
“이제부터는 집에서도 설거지와 청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흥두 집사)
“권사님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니까 어려운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알아서 하려면 아마 정신이 없었을 겁니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엘림 식당 봉사에 저희가 함께 하니 오히려 감사하죠.” (최규열 집사)

가정이 화목해진 것은 부수적 효과다. 함께 식당 봉사를 하고 나면 남편은 아내를 이해하고, 아내는 남편이 고마와진다. 남선교회 회원들 입에서는 ‘대접도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하나님의 일이라 기쁘게 일합니다. 마무리 청소까지 하면서 전과는 달리 ‘우리의 식탁이 하나님의 식탁이고 성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교회 구석구석이 모두 성전이라는 생각으로 봉사를 하니 즐겁지 않을 수 없죠.” (이흥식 총무)
식당 바닥까지 허리를 굽혀 대걸레로 깨끗이 닦았을 아내, 무거운 밥통을 옮기느라 팔이 아팠을 아내. 그리고 그런 아내로 인해 우리 가정이 받아왔던 축복도 새삼 생각한다. 엘림 식당은 이름이 갖는 의미처럼 교회와 가정에 생명수를 공급해주는 장소로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글_ 참평안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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