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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평안

think_sea에게

2010.12.19 17:51

think_sea에게

정선배!

처음 정 선배가 교회를 다녀보겠다고 했을 때 내 마음은 뭐랄까, 드디어 은혜가 나를 통해 한 영혼을 전도하는구나, 하는 기쁨도 있었지만 이제부터 난 무얼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잔잔한 염려와 선배가 과연 교회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교차했던 것을 고백할게. 지금 생각하면 너무 좋기도 하고 책임감에 두렵기도 하고 그랬나봐.

내가 아는 선배는 매사에 완벽하고 세심하고 수지타산에 정확하고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사람, 그러면서도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스스로 늘 말했던 것처럼 바다처럼 폭 넓게 생각하고 마음이 넓은 그런 사람, 날카로운 눈빛 속에는 따뜻함을, 아담한 체구 속에는 강직함을 숨기고 있는 그런 사람, 그리고 냉철하고 합리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지. 그런 선배를 나는 존중하기도 하고 어려워하기도 했는데 마음 한쪽에 하나님을 믿기 참 어려운 타입이라고 생각했어. 이런 사람이 말씀 앞에 깨어지면 누구보다 성실한 신앙생활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물론 했었지.

평강제일교회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선배가 겪게 된 혼란과 갈등, 여러 가지 생각과 격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난 무작정 침묵을 지키려 했지. 흔들리는 선배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교회 안에서 내가 지켜야 할 자리를 고집하는 나를 선배는 처음엔 몹시 의아하게 생각했고 서운해 했지. 나중엔 이해해 주었지만.

난 그랬어. 내가 뒤로 물러나고 하나님이 직접 일하시고 주권적으로 개입해 주실 것을 바라고 믿는 마음, 그게 내가 품은 희망이었어. 가족이나 친구, 가까운 사람을 전도하는 일이 참 어렵고 내 자리를 버리면서 맞춰주면 줄수록 더 멀어지고 힘들어진다는 것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고 선배의 성품을 아는 나로서는 선배에게 섣부른 수다를 푸느니 성숙한 모습을 기대하고 이겨내길 기도했던 것 같아.

참 예쁜 think_sea 정 선배!

지금은 멈춰버린 선배의 발길.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배가 머물렀던 예배의 자리, 산책길, 주차장, 식당…선배는 기억할까. 선배가 교회에서 맞이하는 성탄절은 어떤 것일까 조심스럽게 설레었던 내 마음 선배는 알까. 선배의 빈자리 쓸쓸하게 더듬는 성령의 손길을 선배가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이렇게 시리고 아린 내 마음의 아픔은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발원한 것일까. 며칠 가슴을 앓다가 이것도 하나님의 뜻이라면 순종하리라, 선배의 운명을 하나님께 맡기기로 했을 때 난 깊은 한숨을 몰아 쉬었지.

정선배!

연말이네. 색동옷을 입었던 나무들도 이제 검은 뼈대를 드러내 겸허하게 잠들 준비를 하고 있네. 우리 교회에 나오는 동안 선배가 참 좋아했던 나무들이었는데…선배가 언젠가 내게 물었지. 너는 왜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길을가느냐고. 쉽고 편한 길도 있다고. 난 칼날을 세우고 대답했지. 선배는 늘 나보다 위였고 넓고 큰 사람이지만 이 길만큼은 내가 옳다고. 정 선배! 그래. 이 길 저 길 다녀 보도록 해. 그리고 선배를 놓지 않는 한 줄기의 강한 빛이 선배를 결국 가장 고상한 말씀의 문 앞으로 인도하길 바라고 기도할게. 선배, 잊지 마. 협착한 길을 지나 다다른 구원의 문을 밀고 들어오는 건 선배의 몫이라는 거. 멋 부린다고 얇게 입지 말고 따뜻하게 입고 다녀. 운전 조심하고, 마음의 여유도 가졌으면 좋겠어. 안녕.

-선배가 나를 아끼는 만큼은 아니지만 선배를 충분히 좋아하는 미례가-

글_홍미례 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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