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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평안

네게 줄 선물이 있어

2010.08.21 13:13

네게 줄 선물이 있어

사랑하는 OO아!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변두리중에서도 깊숙이 들어가 있는 곳이라 고요함이 익숙함이 되어버린 동네야. 사람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풀벌레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데, 매미의 독창에서 여러 풀벌레들의 합창으로 바뀐 걸 보니 가을이 성큼 다가온 모양이야.

그런데 어디선가 이 정막을 깨는 소리가 들려.
‘천성가는 길 편히 가리니 영원하신 팔에 안기세…’
목소리로 보아 70세는 넘어보이는 분들의 찬양 소리야. 구역예배를 드리나봐. 작년 우리 교회에서 봉헌송으로 부르시던 권사님들의 찬양이 생각나.
‘내 평생에 가는 길 순탄하여 늘 잔잔한 강 같든지…’
흰 눈이 소복이 덮이운 권사님들의 머리위로 이동카메라가 촬영하면서 보여 주었는데,백발과 까만 피스가 대조되면서도 가사와 묘한 조화를 이루어 듣는이로 하여금 뭉클하게 하는 감동을 주었었지.

앞마당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또 들려.
연세는 비슷해 보이지만 하나님을 믿지 않는 또 다른 할머니께서 넒은 마당에 자리를 깔고 고추를 펼쳐 널으시네. 고즈넉이 들려오는 찬양소리와 작업을 하시는 할머니의 바쁜손놀림과 또한 대조를 이루네. ‘주의 영원하신 팔에 안기세’ 후렴구로 부르시는 그 가사를 들으시고 이제는 조금 느린 걸음으로라도 남은 생애는 주님을 영접하시고 사는 인생이 되시기를 맘 속으로 기도했어.

우리가 함께 구역예배를 드린지도 벌써 8년도 넘었지 아마. 구역장을 늘 맡아서 했던 너는 어린 시절 우리의 관계를 연상하며 어려워 했었잖아. 하나님 나라에서 사실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닌데 말야.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0년후에 네가 우리집에 전화했었잖아.

‘나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었다는 걸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한참동안이나 침묵 속에서 울음을 삼키던 00 아.

늘 말이 없고 책상 서랍 면 어느 한 곳에 시선을 고정시키던 짝꿍 00이. 점심시간만 되면 반에 대여섯 명 되는 그곳 아이들과 한참이나 떨어진 육아원까지 뛰어가서 밥을 먹고 뒷문으로 헉헉 거리며 숨을 고르며 들어오는 너의 모습이 연민과 동정이었는지 그 때부터 나는 해 줄건 없지만 너의 기쁨이 되어주고 싶었어. 판토마임을 하듯 네 앞에서 온갖 푼수를 떨며 어쩌다 반응하는 너의 작은 미소에 스스로 얼마나 자족해 했었는지…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났을 때 예전과는 달리 밝고 당당하며 무엇보다 상대의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하는 너의 모습에 무엇이 너를 이렇게 변하게 했을까 궁금했었어. 다짜고짜 레스토랑으로 나를 끌고 가서 돈가스를 사주며, 당시 성당에 다니던 나를 한 번만 교회에 가보자며 설득했었잖아. 맛있게 먹어버린 돈가스에 마음이 약해져서 한 번만 따라가서 목사님을 뵙고 상담을 한 사건이 내 인생에 있어 코너 돌기에 성공한 (물론 하나님의 나를 향한 구속계획이시겠지만)전환점이 될 줄이야. 목사님께서 성경을 펼치시며 예수님의 동생이 누이들까지 합쳐서 여럿이 된다는 말씀을 읽고 남들은 다 아는 것을 , 당시 나는 큰 충격을 받았었던 기억이 나. 돈가스 한접시에 한 번만 따라가 주겠다던 내가, 집회마다 교회를 가고, 우리 집에서 성경공부를 할라치면, 일일이 전화해서 빨리 빨리 모이라고 연락을 하는 열성파로 바뀌어지다니…

그러던 어느 철야 예배 때 통성기도하는 시간이 있었잖아. 통성기도를 거의 마칠 때 즈음 목사님이 마무리 기도를 하시려고 할 때였어. 어디선가 ‘아버지….’ 하는 절규하는 듯한 음성이 들렸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지. 두 손을 들고 여전히 기도하고 있던 너 였어.

판소리 심청가에서 심봉사가 딸을 찾으며 진양조 장단에 맞춰 애절하게 부르던 그 소리같았어.‘아버지…’하고 부르짖던 그 간절한 호소 속에 파란만장한 너의 인생의 아픔들이 녹아 있는 듯 느껴졌어. 학교를 파하고 기찻길을 걸으며 ‘나를 버리고 떠난 부모님을 찾을 수만 있다면 꼭 복수를 하겠다’ 며 분노에 찬 말로 내게 했던 말이 생생한데, 10년이라는 세월뒤에 만난 너는 내게 다시 ‘ 다 잊었어’ 라고 말했을 때 나는 그만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을 가졌었어. 므낫세의 축복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 이라고 하시는데 나는 그 내용을 모르지만 네가 기도하는 것이 천사를 통해 금향로에 올려져서 하나님께 상달되어 꼭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고 기도했어

옛날 생각나니? 집에 가는 길에 길거리에 흩어져 있는 전도지들을 일일이 주워 모으던 너였잖아. 사람들이 짓밞고 구정물에 빠진 더러운 종이를 왜 줍느냐며 구경만 하던 나였지만 사실 어린 마음에도 네가 참 존경스럽기 까지 했다니까.

이제 00아,

우리 교회에 한 번 와 보렴. 네가 사준 돈가스 한 접시에 성당에서 교회의 문턱을 밞게 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우리 교회 내에 있는 식당에서 맛있는 돈가스를 대접할 섬길 기회를 한 번 주지 않겠니. 부천에 살고 있으니 지척이나 다름없고,우선 그 전초전으로 구속사 시리즈 제 2권 ‘잊어버렸던 만남’ 이라는 책을 줄테니 한번 읽어보렴. 목사님께는 몇 달전에 구속사 시리즈 1권‘창세기의 족보’ 책을 선물했었거든. 여인이 젖 먹는 자식을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고 내가 너를 내 손바닥에 새기시겠다고 하신 하나님이 사랑의 줄로 너를 이끄시며 (호11:4 ) 오른손으로 너를 붙잡아 주시길 기도해.

오후 6시.

고추 주인 할머니는 그새 고추를 걷어가셨고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던 햇살도 어디론가 숨었어. 고추도 햇살도 집으로 돌아가서 어느 새 텅 비어버린 마당.

다른 것을 품기 위해 너 자신을 비워둔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느냐고 텅빈 바당이 내게 묻고 있는 듯 해. 내 기억은 쉬이 찾아지지 않고 ‘나’를 위해 자신을 비워뒀던 사람들만 선명히 떠오르지 뭐야. 괜스레 콧날이 시큰해져서 재채기로 급하게 위장해 보지만 어디선가 또 다른 집에서 들리는 구역예배 찬양소리에 내 마음 들켜 버린 것 같아 뜨끔했지 뭐야. 너와 함께 또 구역예배를 드리는 날이 속히 왔으면 좋겠어.

내가 너의 ‘마당’이 되어주면 안되겠니
물론 ‘그 크신 팔로 안아 주시며 기다리고 계시는 하나님 아버지께서 더 간절히 기다리고 계시겠지만 말야.

‘아 .버. 지….’ 하며 목 놓아 부르짖던 너의 그 기도 소리가 귓가에 맴돌며 다시금 머리를 들게 하는 금요일 오후에 너의 친구 오연이가.

글_권오연(여선교회 제32대 교구)

*200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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