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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의 추석 지내기(추석의 추억) (2008년 9월호)

2010.08.21 12:23

성도의 추석 지내기

매년 설과 추석이 되면 지금도 생각이 나는 음식이 있습니다. 우리가 친가 대대로 내려운 “탕국”인데 친할머니께서 명절 때 마다 꼭 내어 놓으셨던 국 요리 입니다. 이 음식이 지금도 그립고 기억에 생생한 이유는 첫째 중독성 있는 독특한 맛이며, 둘째, 친할머니게서 돌아 가신지 15년이 지난 지금가지도 친척들이 모이면 이 국에 대해 이야기를 할 만큼 많은 추억이 남아있기 대문입니다.

이 탕국에는 마른 오징어, 무, 다시마, 그리고 돔배기(간을 친 토막 상어고기)가 들어갔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추석 며칠 전부터 이 돔배기를 신문지에 싸서 서늘한 창가에 두고삭히기 시작하셨는데 아무리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었다고 해도 추석 당일 날 온 집안은 옴배기 삭힌 냄새가 구석 구서에 진동을 했습니다. 모든 김씨 집안 며느리들이 시집와서 처음 이 돔배기 냄새를 맡고 다들 기겁을 했다고 하니 추석 때 모인 수십 명의 친척들 음식 준비하는 것보다 돔배기 들어간 탕국 먹는 것이 더 곤욕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씨 집안 남자들에게 이 탕국은 명절 최고의 메뉴였고, 저 도한 이 고린내 풀풀나는 탕국을 항상 서너 그릇은 너끈하게 비우곤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니 숙모님 중 한 분이 제 국그릇이 빈 것을 보고 잣니의 탕국을 통째로 슬그머니 부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중학교 때였으니 시집오고 십 수년이 지나도록 탕국 만큼은 적응이 잘 안되셨던 모양입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에도 일가 친척들은 큰집에서 명절을 함께 지냈는데 탕국에서 동배기 삭힌 맛이 점차 약해지기 시작했고 언제부터인지 예전의 깊고 진했던 탕국 고유의 맛과 냄새는 더 이상 즐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 시대에 음식점도 아닌 아파트 가정집에서 그 부담되는 옛 맛을 재현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김씨 남자들은 지금도 명절 때 면 할머니의 옛 탕국 맛이 그립다는 말을 하곤 하지만 이제는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친척들도 모두 며느리, 사위를 보면서 이제는 명절을 각 가정에서 보내게 되어 그나마 할머니의 탕국 제조법을 제대로 아시는 큰 어머님 댁에 가는 횟수도 일년에 손을 꼽게 되었고 더욱이 큰 어머님 건강도 예전과 같지 않으신 관계로 에전의 방식대로 준비된 탕국을 기대하는 것도 불가능해져버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그렇게 좋아했던 할머니의 탕국 맛과 냄새도 제 후가과 미각에서는 이미 잊혀져 버렸습니다. 아무리 돌이켜 머리 속에 재현해 보려고 해도 손을 뻗어 잡아보려고 해도 이른 봄날 아지랑이와 같이 멀리 어렴풋 할 뿐입니다.

이제 더 이상 모든 일가친척이 모여서 추석을 함께 보내지는 않지만 우리 가족은 매년 추석날 함께 모여 아침식사 전에 감사에배를 드리는 전통을 게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예배는 할머니께서 살아생전 즐겨 부르셨던 455장으로 항상 시작합니다. 할머니께서 과연 다른 찬송을 아셨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명절 때와 할아버지 추도 에배 때마다 유독 이 찬송을 부르셨기 때문에 455장은 우리 가족을 대표하는 찬양이 되었습니다. 찬송 후에는 제가 기도를 하고 아버님게서 전날 밤 늦게 까지 정리하신 성경말씀을 전하고 마무리 기도와 주기도문으로 마치는 것이 통상적인 우리 가족의 추석감사예배의 순서입니다.
비록 탕구은 더 이상 없지만 할머니와 추석에 대한 추억은 할머니게서 즐겨 부르셨던 455장 찬송을 통해 가까이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추석을 생각하면서 할머니께서 탕국을 정성스레 준비하신 것과 그 깊은 맛을 기억하려고 했다면 제 두 자녀들은 지금 자신의 할아버지가 추석 전날 늦게 까지 서재에서 추석 당일 감사예배를 위한 성경말씀을 준비하는 모습과 그 예배에서 듣고 읽은 성경구절과 말씀의 내용을 통해 자신의 어렸을 때 추석과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길 바랍니다.

우리 가족에 말씀을 영접할 수 있는 은혜를 베풀어 주시고 온 가족이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축복을 주신 하나님게 감사 드리며, 신령와 진정으로 하나님께 드리는 에배가 앞으로 우리 가족의 추석에 대한 추억이 되길 기도합니다.

글_김태훈(청년 3부 요셉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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